정부, 北 이산가족-고위인사 잇따를텐데 "어디서?" 고민

  • 입력 2000년 7월 2일 19시 20분


“남북행사용 장소를 구합니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잇따를 남북행사의 장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월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의 서울 방문, 가을경 북측 고위인사의 서울 방문, 올해말 또는 내년초로 예상되는 서울 정상회담 등 큰 행사가 줄을 이을 예정인데 정작 행사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

정상회담의 경우 당국자들까지도 “무대책”이라고 말할 정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빈틈없이 경호할 수 있는 안전지역을 찾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북측엔 백화원영빈관이 있지만 서울엔 영빈관이 없다. 오래 전부터 영빈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한달에 한 건(5∼7일) 정도 손님을 맞는 데 비해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호텔로는 남산 자락의 신라호텔이나 하얏트호텔이 경호면에서 다소 낫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98년 11월 방한 때 하얏트호텔에 머물렀다.

청와대나 총리공관 또는 서울 근교의 재벌별장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그럴 공간도 없거니와 의전상 예의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

프레스센터도 문제. 평양정상회담 때는 롯데호텔이 1000여명의 취재진을 소화했지만 2배 가량의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서울정상회담은 감당하기 힘들다. 정부는 서울 삼성동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컨벤션센터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달 서울에 올 이산가족 방문단이 묵을 장소와 프레스센터도 문제. 국정홍보처 고위인사는 “언론사 편의를 생각하면 강북 쪽이 낫겠지만 취재진 규모를 감안하면 프레스센터를 ASEM 컨벤션센터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경우 북측방문단도 강남 쪽에 묵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