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첫 인사청문회]고위직들 “남의 일 같지 않다”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공무원들은 청문회 진행상황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간부들은 업무 틈틈이 TV 생중계를 훔쳐보기도 했는데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현재는 청문회 대상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23명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처럼 장차관급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이형규(李亨奎)기획심의관은 인사청문회가 향후 공직사회에 줄 충격파를 3가지로 설명했다.

“우선은 공직에 적격이냐, 부적격이냐를 미리 따져보는 풍토와 제도가 정착될 것이다. 두 번째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지명할 때 도덕성이나 직무수행능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마지막으로 공직 희망자도 자신에게 꺼림칙한 부분이 있을 때 무조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직사회가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공무원들은 인사청문회가 ‘부적격자’를 탈락시키는 실질적인 검증장치가 될 수 있느냐는 데는 회의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청문회에서 여론이 악화되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기도 하고 임명동의안이 투표에 부쳐졌을 때 당론과는 다른 투표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의원들이 대부분 당론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에 부적격 여부를 가려낼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공무원들은 이날 이총리서리에 대해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잘 방어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