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金위원장 말 분석]'개방적 모습'과시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허문영(許文寧)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지도자, 평화지도자, 경제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려고 하고 있다.

서방언론이 자신을 가리킬 때 지칭하는 ‘은둔자(reclusive man)’를 직접 언급한 것은 세계가 자신을 폐쇄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개방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13일 자신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공항영접과정을 생중계하도록 하는 것과 맥락을 함께하는 것으로 자신이 폐쇄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진실되게 자신의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세계를 감격시키려는 것이다. 남쪽 텔레비전에서 본 실향민, 심지어 탈북자의 눈물까지 언급한 것은 모든 사람을 끌어안겠다는 ‘광폭(廣幅)정치’를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위원장은 북한의 현체제에 반감을 품고 ‘떠난 사람’인 실향민 탈북자까지 언급함으로써 인덕정치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도량이 넓고 ‘통이 큰’ 정치를 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전상인(全相仁)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은둔자’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그동안 남한에서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이나 김정일국방위원장에 대해 야행성, 혹은 비정상인 지도자로 언급을 해왔다. 사실 이는 사회주의의 특징과 연관이 있는데 민주주의는 시장원리에 따라 최고지도자의 권한에 한계가 있지만 계획경제를 채택하는 사회주의의 경우는 최고지도자의 업무부담이 많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은둔자’라는 표현도 실체와는 상관없이 남한과 서방언론의 편견에 의해 형성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위원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억울함’을 공개적으로 호소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를 바라보는 외부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한편 김정일위원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달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태도는 미덕일 수 있지만 이면에서는 아직 최고지도자로서는 다소 경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또 실향민과 탈북자문제까지 언급한 것은 북한경제가 바닥을 친 상태에서 이제 개방과 남한 교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실제 정식회담에서 인도적인 차원의 의제들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공종식·선대인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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