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金위원장 눈길 끄는 파격 언행

  • 입력 2000년 6월 14일 00시 10분


우리 언론에 처음 공개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언행은 거침이 없었다. 13일 백화원영빈관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위원장은 초청자답게 시종 자신 있는 어조로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김위원장은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수행원들의 방북을 ‘용기’의 관점에서 치하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평양시민의 열광적인 환영과 관련, “김대통령의 용감한 방북에 인민들이 용감하게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들도 힘든, 두려운, 무서운 길을 오셨다”고 평가한 뒤 “하지만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위원장이 김대통령과 수행 장관들의 ‘용기’를 거듭 치하하자 김대통령이 “나는 처음부터 겁이 없었습니다”고 답변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초청자측에서 방북 인사들의 용기를 강조한 것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방북이 성사된 것을 치하하는 북한식 표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또 94년 추진된 남북정상회담을 회고하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자료)요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유엔에까지 자료를 부탁해 가져왔다는 데 그때 김영삼대통령이 다정다심(多情多心)했다면 직통전화 한 통화면 자료를 다 주었을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용순비서’라고 부르는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에게 연도에 나온 환영인파 수를 물어 김용순위원장이 “60만명 가량인 것 같다”고 대답하자 “나는 40만명 정도 되는 것 같던데…”라고 수정하는 등 자기주장이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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