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北 준비상황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북한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남측과 마찬가지로 상황실 관계자들임에 분명하다.

남측이 4월15일 정상회담 추진위원회와 준비기획단을 만들고 상황실인 ‘기획통제실’을 설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도 비슷한 준비를 해왔다는 게 남측 회담 관계자의 전언.

▼김용순 상황실업무 총괄▼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남측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손님을 맞는 북한으로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점검하는 일에서 남측 손님에게 접대할 식사의 메뉴를 정하는 세세한 준비사항까지 모두 북측 상황실의 소관사항이다.

북한전문가들은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용순·金容淳)가 회담 준비와 진행에 관한 업무 전반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와 아태평화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용순부장은 남측의 준비상황을 책임지는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상황실은 통일전선부장의 지휘 아래 김대통령의 평양 환영행사 및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의 경호문제 등을 분야별로 준비하고 각종 돌발사태를 처리하는 ‘정황처리반’도 운영할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

여기에는 북한 최고의 공안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우리의 경찰조직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 등의 최정예 인력이 배치됐음은 물론이다. 북한 상황실 운영을 구분해 보면 경호를 맡는 호위사령부나 치안을 담당하는 인민보안성은 하드웨어에 속하고 다양한 행사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와 조평통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제2총국서 정상 근접경호▼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연기한 이유 중의 하나로 경호문제가 등장한 것도 북측 경호팀으로서는 부담. 이을설(李乙雪·원수)사령관이 이끄는 호위사령부로서는 이 때문에 일이 두 배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상회담의 경호는 호위사령부 참모장인 윤정린(중장·우리의 소장에 해당)의 지휘아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경호를 직접 담당하는 제2총국에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金日成)주석 생전에 경호를 맡았던 제1총국은 이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등을 경호하고 있으며 제3총국은 정치국 위원과 주요 인사의 가족 경호를 맡고 있다. 과거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제1총국은 규모도 축소된 상태.김국방위원장의 권력승계 이후 제2총국은 김국방위원장이 참여하는 ‘1호 행사’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접경호를 맡는 부서는 제2총국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호위사령부 행사장외곽 맡아▼

그러나 최근 김국방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시 인민군 보위사령부(사령관 원응희·元應熙 대장)가 경호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보위사령부도 정상회담 준비 경호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물론 두 정상의 동반행사를 제외한 나머지 행사에서는 우리 경호팀이 김대통령의 근접경호를 담당한다. 북측 호위사령부는 김대통령이 체류하는 행사장 외곽을 경호한다는 게 남북간의 합의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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