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前주미대사 "세계적 개방추세 北도 거스를 수 없을 것"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33분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는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며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 전 대사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동북아 정세와 남북 경협전망’ 강연회에서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접촉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경제적 파국을 눈앞에 두고 정권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만 하는 군사정권”이라며 “어떤 일도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1992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간 첫 대화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접촉하고자 했다”며 “미국은 남북대화만이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길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경제난으로 한국 경제에 의지할 필요가 있어 정치적인 목표를 일부 타협할 필요를 느끼고 있으며 김대통령의 건설적인 포용정책이 북측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김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실적을 바탕으로 김정일위원장이 개혁에 나서도록 감동시켜야 할 것”이라며 “첫단추가 어렵지만 세계적인 글로벌화 추세에 비춰 북한도 이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남북대화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릴리 전 대사는 또 주변국의 역할과 관련, “미국과 일본의 공조는 물론 중국의 힘이 실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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