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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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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18일 밤까지만 해도 고비를 넘길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졌으나 19일 아침 언론을 통해 전해진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다 특히 ‘뇌물’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박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아쉽지만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정권의 ‘보루(堡壘)’로 여기고 있는 도덕성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 여소야대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지속적인 개혁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 것 같다.
이미 정치적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은 박총리가 내각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초동 대응의 미흡으로 일파만파의 파장을 초래했던 ‘옷로비 의혹 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났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어쨌든 김대통령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자민련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난제다.
이런 이유로 ‘분위기 쇄신용’ 대폭 개각을 점치는 시각도 있으나 개각은 예정대로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절차도 그렇지만 ‘대사(大事)’를 앞두고 일을 벌일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최영묵기자> 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