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3차 예비접촉]北, 남한언론보도 강한 불만

  • 입력 2000년 5월 7일 20시 18분


3일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각’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제3차 예비접촉에서 북측 대표들은 남한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김영성북측대표단장은 “92년 북남 고위급회담을 위해 방북한 남한 기자들에게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대접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 남한 기자들은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었고, 어떤 기자는 한자리에서 세그릇이나 먹었는데도 서울에 돌아가서는 ‘평양냉면이 맛이 없더라’고 전혀 딴소리를 했다”고 말했다는 것.

북측 대표단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92년 고위급회담 당시 남측 기자가 북한 주민과의 인터뷰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해수욕과 묘향산’ 에피소드도 북한측이 자주 거론하는 남측 언론의 ‘왜곡 보도’의 예.

당시 이 기자는 한 북한주민에게 “해수욕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고 ‘해수욕’의 의미를 잘 몰랐던 이 주민은 “묘향산으로 간다”고 대답했다. 당시의 정황으로 미루어 이 주민은 해수욕을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로 알았던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

그러나 남측 언론은 실소(失笑)와 조롱을 바탕에 깔면서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해 북측 회담 관계자들을 분노케 했던 것.

북측은 특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간 남한기자들의 비우호적인 ‘방북기’에 대해 ‘반북의식을 조장하는 악의에 찬 기사’라고 비난해 왔다.

정상회담 준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 취재진의 규모와 TV 생방송문제 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이로 인해 합의서 채택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남측 언론에 대한 북측의 이같은 불신 때문인 듯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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