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주5일제 수업은 '강건너 불'?

  • 입력 2000년 5월 7일 14시 03분


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영은양. 눈을 뜨니 오전 9시.

“으악!엄마 왜 나 안 깨웠어? 학교 늦었잖아!”

아빠가 은이방에 들어온다.

“은아. 이번주부터 토요일엔 학교안가잖아. 오늘은 아빠랑 같이 구민회관에서 가는 자연학습 가기로 했잖니”

은 曰 “아! 맞다. 아빠두 이번주부터 토요일날 회사 안가지? 신난다!”

곧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현재 초등학교 주간 수업 일수는 주 6일.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업일수와 수업시간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 신종원씨(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는 “주 6일간의 수업과 각종 과외 등이 토요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고 있다”고 밝혔다.

‘주 5일제 수업’을 올 해10대사업으로 내놓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측은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울타리를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6일의 높은 수업시간수는 학생 뿐만이 아닌 교사에게도 큰 부담.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사들은 등교·급식·하교 지도 등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부담을 갖고 있다.

신종원씨는 “주 5일제 수업이 이루어지면 토요일은 자연 현장 학습을 통해 귀중한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가족들과 함께 가족애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주5일제 수업’이 이루어지면 토요일이 ‘그냥 노는 날’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 토요일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문화회관 등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참가케 하거나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내주어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책가방 없는 날’,’자율학습의 날’ 등 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가 있긴 하다. 하지만 박성호 씨(천안 YMCA 총무)는 “이런 날을 명목상으로만 내걸고 실제로는 학교수업을 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장 실태를 밝혔다. 또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교·학부모의 적극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5일 수업’에 대해 하재춘 씨 (행정자치부 복무담당관실 서기관)는 “주 5일제 수업의 갑작스런 도입보다는 서서히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옳다”며 신중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정부도 ‘주5일제 수업’을 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후엔 금요일날 하교길 아래같은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상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희야! 난 내일 일일 소방대원 학습간다”

“나는 양로원 할머니 산책시켜 드릴건데…”

“진짜? 난 ‘엄마랑 나무심기 프로젝트’맡았는데… 그럼 월요일날 봐.안녕!”

이희정/동아닷컴기자huib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