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총선 승리후 입지확고…리더십 이미지관리 심혈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변했다. 총선 전의 투쟁적인 이미지에서 한결 여유있고 포용력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총재는 4일 전주 이씨 종약원측으로부터 종묘제례에 첫잔을 올리는 ‘초헌관(初獻官)’으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상징이던 면류관을 쓰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 이총재는 대선 당시인 97년 전주에서 열린 문중행사에 참석, 면류관을 썼었다.

이총재는 1일 총재단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김덕룡(金德龍)부총재가 일부 위원장의 선임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흔쾌히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수용했다. 조금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얼굴을 붉히며 미간을 찌푸리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평을 들었다. “기자 기피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던 그가 최근 불시에 “약속이 없다”며 기자들에게 점심을 청하기도 했다. 이총재의 이런 변화는 총선 승리로 확고해진 입지의 증거다. 비주류의 한 중진은 “이총재의 여유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사당(私黨)화가 완성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한 것은 영남권의 전폭적인 한나라당 지지에 터 잡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에서 비중 있는 영남권 주자가 나설 경우 이총재의 리더십이 취약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총재의 한 측근은 “대선 직후부터 ‘영남 주자론’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면 결론은 이회창”이라며 “앞으로 이총재는 ‘상생의 정치’로 정치권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사는, 달라진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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