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준비접촉 표정]北대표 "쌀쌀한 날씨 곧 풀릴것"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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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7월 이후 5년9개월여 만에 열린 22일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첫 판문점 준비접촉은 남북 수석대표들이 기조연설을 통해 신경전을 벌이던 과거 회담장 분위기와는 달리 날씨 이야기 등으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됐다.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가 이끄는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15분경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 양수석은 평화의 집 입구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긴장된 표정으로 “역사적 회담의 길을 평탄하게 닦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

대기실에서 20여분간 휴식 후 기자들을 만난 양수석은 “판문점이 ‘긴장의 상징’이 아니라 ‘화해의 상징’으로 변해야 한다”고 언급.

○…김영성수석대표를 비롯한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48분경 수행기자단과 함께 중립국 감시위원회 사무실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검정 더블 재킷 차림의 金수석은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쌀쌀한 날씨가 곧 풀어질 것”이라며 밝은 미소.

金수석은 남측 양수석과 신임장을 교환할 때도 “옛 속담에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말이 있다”고 덕담

이어 양수석은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날씨가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아 하늘도 이번 준비접촉을 축복하는 것 같다”고 화답. 이에 북측 金수석은 “어제 온 비는 곡우비로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 천년 첫 봄은 북남관계의 양천가절”이라고 맞장구.

○…그러나 양측 대표들은 곧 ‘상부의 뜻’을 내세우며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는 데 남측 양수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을, 북측 金수석은 ‘김일성(金日成)수령’을 언급하며 회담의 의미를 강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측 수행원들은 회담장 옆에 딸린 북측 대기실에서 분주히 회담진행상황을 점검. 북측 수행원인 이제상 아태평화위 참사는 양수석이 인사말을 하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4자성어를 사용하자 “양수석대표가 작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며 파안대소.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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