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첫 실무접촉 의미]일단 입장 탐색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제1차 준비접촉에서 남북 양측은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였다.

5년9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의 판문점 만남은 비교적 짧은 시간인 1시간20분 만에 끝났다. 본격적인 실무협상은 27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리는 2차 준비접촉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는 1차접촉이 끝난 뒤 “쌍방이 기본입장을 밝혔고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기본입장을 제시했다”며 “북측은 우리측 제안을 충분히 연구한 뒤 우리측 입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을 차기접촉에서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측이 구체적인 입장보다는 원칙적인 방향만을 전달한 뒤 남측 제안에 대한 검토 및 대응을 통해 준비접촉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차 준비접촉에서 남측 대표단은 기조발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합의서의 기본정신을 중심으로 남북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월9일 밝힌 ‘베를린선언’의 4대과제를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정해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측 김영성수석대표는 남북이 ‘7·4’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통일 3대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남북이 평양 상봉과 최고위급 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민족의 의사와 자주적 지향을 반영한 것으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문제 해결에서 획기적 의의를 가지는 중대한 사변이라고 강조했다”고 북한 평양방송(22일)이 전했다. 다만 그는 수석대표 간 환담에서 남북 사이의 ‘근본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주한미군 철수문제 등 이른바 ‘선행 실천사항’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남북이 1차접촉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침에 따라 본부의 훈령을 받고 다시 만나는 2차접촉 때 서로의 입장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통신 경호 의전 등 실무절차 문제도 별도의 실무접촉을 거쳐 빠른 시일 내 협의되리라는 게 정부측 전망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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