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남북정상회담 어떤 영향 미쳤나?

  • 입력 2000년 4월 14일 00시 56분


남북정상회담이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여야 관계자들은 13일 저녁 남북정상회담이 이번 총선에 미친 영향력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TV로 방송된 개표결과가 시시각각으로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제1당을 내준 것으로 드러나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모든 게 남북정상회담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나라당이 회복세를 보이자 남북정상회담 얘기는 쏙 들어갔다.

1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 이후 여야의 선거관계자들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2∼5%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지지율 변화가 개별 지역구의 당락 변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유권자 10만명의 선거구에서 50%가 투표할 때 2%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표의 1000표 증가를 의미한다”고 걱정했다.

불과 1000∼2000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 1000표의 순증(純增)은 승패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걱정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측은 서울과 경기 북부, 인천과 강원 등지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위력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사 남북정상회담이 유권자 표심(票心)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선거를 3일 앞둔 시점에서의 정상회담 발표는 선거 직전 큰 힘을 발휘하는 야당의 바람몰이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 나타난 남북정상회담의 영향력은 한나라당의 우려처럼 크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회담을 ‘총선용 신북풍’으로 규정, 정상회담의 성사 내막을 밝히라고 촉구하려던 한나라당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이 총선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나 후보 당락을 바꾸고 총선 판도를 뒤바꿀 정도는 못됐다고 아쉬워했다. 선거 일주일 전부터 민주당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나 남북정상회담의 바람이 기대보다 약했다는 것.

결국 남북정상회담같은 포지티브 변수는 과거 색깔론같은 네거티브 캠페인과는 달리 선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분석.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상황실장은 “이제 남북관계와 선거를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성숙했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선거 이후의 정국주도권 잡기에서 여권에 프리미엄을 줄 것이라는 데는 여야가 공감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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