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개표 스케치]역전 대드라마에 밤새 환호-탄식

  • 입력 2000년 4월 14일 00시 10분


《각후보진영은 13일 투표종료와 함께 공개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및 개표실황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밤새도록 일희일비했다. 특히 경합지들의 경우 출구조사 및 개표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등 혼전의 연속이어서 후보들마다 손에 땀을 쥐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

○…‘386’정치 신인과 중견 정치인의 접전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구로갑 지역은 개표 과정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줄다리기를 벌여 눈길.

민주당 이인영(李仁榮)후보와 한나라당 김기배(金己培)후보측은 서로 승리를 장담했던 것과 달리 부재자 개표 결과부터 계속 200∼300표 차로 오락가락하며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자 초조하게 개표 상황에 촉각.

양 후보측 관계자들은 선거사무실에서 시종일관 개표 방송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상대 후보를 앞설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반면 뒤질 때는 한숨과 함께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희비가 교차.

그러나 각각 중견 정치인의 관록과 정치 신인의 참신성을 강조하며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을 다잡는 모습들.

○…‘텃밭 사수’를 외치며 재선을 노리는 현역 여당 의원과 ‘참신한 정치’를 내건 야당 386후보의 한판 싸움이 벌어진 서울 영등포갑 지역도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결과에 시종일관 양 후보측이 바짝 긴장.

민주당 김명섭(金明燮)후보측은 출구 조사의 ‘4% 우세’ 발표와 부재자 개표 결과 1000여표 정도 앞서 나가는 상황을 환영하면서도 ‘10%이상의 압승 예상’과 다른 상대측의 ‘선전’(善戰)에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

반면 한나라당 고진화(高鎭和)후보측은 그동안 자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열세를 보였는데 출구 조사 결과가 근소한 격차로 나타나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신승’을 기대.

한편 이날 개표가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관악고 체육관에는 양측 후보 관계자들이 시시각각 집계되는 개표 현황을 입수, 휴대전화를 통해 각 사무실에 알리느라 분주한 모습.

○…주요 방송사의 출구 조사에서 이미 10%차의 승리를 예상했던 민주당의 서울 강서을 김성호(金成鎬)후보측은 이날 밤 가양동 마포고등학교 개표장에서 부재자투표부터 조금씩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개표 결과를 주시하면서도 기쁨을 만끽.

김후보측 관계자는 “조마조마했으나 부재자투표에서부터 앞서 나갔고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안심하기는 이르나 잘 될 것 같다”고 언급.

한편 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후보측은 “유례 없는 혼탁 선거였다”며 “끝까지 봐야 한다”고 초조해 하는 모습.

○…서울 금천구 시흥1동 문일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금천구 개표 현장에서도 민주당 장성민(張成珉)후보측은 방송사 출구 조사에서 6∼7%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뒤 일단 안도하는 기색.

오후 6시40분경 시작된 부재자 투표 개표 결과가 2시간뒤인 8시40분경 131표(9%)차로 이우재(李佑宰)후보를 이긴 것으로 나타나고 그 뒤 점점 표차가 벌어지자 장후보측 참관인들은 “방송사 출구 조사가 거의 맞을 것을 확신한다”며 “표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반면 이후보측 관계자들은 “분위기상 약간 열세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선거 결과 지면 ‘돈’에 지는 꼴”이라며 허탈한 웃음.

○…서울 양천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의 ‘386바람’을 기대했던 오경훈(吳慶勳)후보는 출구 조사에서 6선 고지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영배(金令培)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자 실망하면서도 “끝까지 봐야 안다”며 개표 상황을 주시.

반면 김후보는 오후6시부터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함께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비교적 느긋한 모습. 김후보측은 “정국 안정과 지역 발전을 바라는 우리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가 ‘386바람’을 멈춰 세웠다”고 자축.

▼경기 인천▼

○…인천 계양 선거구의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54)후보와 민주당 송영길(宋永吉·36)후보는 13일 당선 예측보도가 방송사마다 다르게 나오자 서로 자신의 당선을 장담하면서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계양선거구 개표장인 인천교대체육관에선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양 후보의 득표수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초 경합을 이루고 있어, 양 후보측 관계자들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통해 개표 상황을 지구당 사무실에 전달하느라 분주한 모습. 지난해 6월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 이후 10개월만에 재격돌한 두 후보는 서로 “결국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고 승리를 장담.

○…총선시민연대가 낙선대상으로 선정한 경기도의 낙선대상 후보 6명 가운데 5명이 고전하는 등 낙선운동이 위력을 발휘.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된 자민련 이건개(李健介·구리)후보와 ‘수서비리 사건’의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수원 장안)후보가 각각 3위에 그쳤고, ‘반인권 전력’으로 지목된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부천 원미을)후보도 2위.

▼대전 충청▼

○…TV방송의 출구조사 발표가 방송국마다 다르게 나오자 대전 충남 경합지역 후보들은 말을 자제하며 피가 마르는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관전.

이날 오후 MBC의 출구조사에서 1위로 나왔으나 KBS에서 2위로 발표된 충남 연기-공주지역 민주당 임재길(林栽吉)후보는 운동원들에게 “논평 등 섣부른 발표는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뒤 평소 다니던 연기군 조치원읍내 성당으로 직행.

방송 출구조사 결과 모두 1위로 발표된 대전 서갑 민주당 박병석(朴炳錫)후보도 오후 9시경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축하연을 열 예정이었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자민련 이원범(李元範)후보에게 밀리자 부랴부랴 축하연을 연기.

○…충북 청주 상당 선거구 개표가 실시된 상당구청에서는 자민련과 민주당 투표 참관인들이 “투표함 이송 과정을 보지 못했다”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선관위 측이 “참관인들을 모두 불러 이송과정을 다시 확인하겠다”며 투표함 개봉을 한 때 연기.

○…초반에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난 청주 상당의 홍재형(洪在馨)후보 사무실에서는 운동원들이 벽에 개표상황과 득표상황을 적어 놓은 대형 표를 붙여 놓고 표계산에 몰두하는 모습.

홍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던 한나라당 한대수(韓大洙)후보측은 “막판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3위로 나타난 자민련 구천서(具天書)후보측은 “아직 개표는 초반”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당부.

▼광주 전남북▼

○…전북 남원의 무소속 이강래(李康來)후보 사무실은 오후 6시 방송 출구조사 결과 전북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150여명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 이후보측은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 차이가 크지 않다”며 “끝까지 지켜 보자”고 애써 흥분을 달랬고 이후보 본인도 당선이 최종 확정된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 신중한 모습.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후보측은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을 바로 잡고 이강래를 당선시켜 대통령께 다시 보내자는 유권자들의 뜻”이라며 “당선되면 민주당에 다시 입당할 것이라는 선거기간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

○…전북에서 유일하게 총선시민연대의 낙선 표적이 됐던 전북 완주의 민주당 김태식(金台植)후보측은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초반부터 크게 앞서가자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지지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여유있는 분위기.

운동원들은 개표소에서 전해 오는 개표결과를 상황판에 옮겨 적으며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는데 억울하게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으로 선정돼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고 주장.

한편 일부 출구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던 무소속 이돈승(李敦承)후보측은 예상이 빗나가자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착잡한 표정.

○…남원시 선관위는 거소 투표자의 대리 투표 문제로 후보자간에 논란이 된 투표 용지 2장을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

이 지역에서는 몸이 불편해 거소 투표자로 분류된 김모씨(78·남원시 보철면 서치리) 등 2명의 투표권을 민주당 조찬형(趙贊衡)후보의 운동원이 9일 대리로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인데, 선관위측은 “수사중인 사안이어서 개표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

▼부산 경남▼

○…박찬종(朴燦鍾) 이기택(李基澤) 김동주(金東周)후보 등 중진 5명의 당선을 예측하던 민국당 부산시지부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후보 14명이 모두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발표되자 “믿어지지 않는다”며 크게 낙담하는 모습.

민국당 부산시지부 사무실에는 신상우(辛相佑)부산경남선대위원장 등을 비롯한 후보들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영채(李英埰)사무처장 등 당직자 3명만 TV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이럴 수가”하는 탄식을 연발.

이사무처장은 “선거 종반 최고위원들의 지지율 상승이 뚜렷해졌으며 자체분석 결과 최소 3개 지역에서는 앞선 것으로 나왔다”며 “부산 지역의 한나라당 바람에 밀린 것 같다”고 실망감을 피력.

○…부산 영도의 민주당 투표참관인 서모씨(59) 등 2명은 13일 오후 5시반경 투표를 위해 신선2동 신선어린이집 투표소에 입장했을 때 선거인 명부에 자신이 이미 투표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며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

서씨 등은 투표를 하려 하자 선거인 명부에 지장이 이미 찍혀 있고 선거인 명부 번호표도 회수된 상태였다며 선거운동원 30여명을 불러 모아 투표함 이송을 저지하며 밤 늦도록 투표소를 봉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부산 북-강서을 개표현장에서 애매하게 기표된 투표용지의 유효여부를 두고 설전이 벌어져 개표가 30여분간 중단.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저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13일 오후 7시반경 한 투표용지의 도장이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후보란에 10분의 1가량 찍혀있고 빈 공간에 2개의 다른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선관위가 유효로 인정하려 하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참관인들이 이의를 강력하게 제기.

선관위측은 노후보측 참관인들이 “투표자가 장난친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해오자 결국 무효로 결정.

▼강원▼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0.8%의 근소한 차이를 보인 강원 춘천시의 민국당 한승수(韓昇洙)후보와 민주당의 이상룡(李相龍)후보측은 개표가 시작되자 당락을 결정할 투표구가 어디가 될지 촉각.

이들은 15대 총선 당시 이민섭(李敏燮)전의원이 초반 개표에서 1위를 달리다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유종수(柳鍾洙)의원에게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석사동 투표구에서 선두를 빼앗긴 점을 들어 인구 밀집지역의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선거상황실에 연락하며 민감한 반응.

개표장 밖의 선거 사무원들은 한, 이, 유후보 순의 2강(强) 1중(中) 구도속에서는 1, 2위의 차이가 500표 미만에서도 결정될 수 있다며 선거인수의 2% 남짓인 부재자 투표함이 열리는 순간부터 시시각각 상황실에 보고.

○…소지역주의에 따라 읍면간 득표율 편차가 극심해 강원도내에서 판세를 분석하기 힘든 곳으로 유명한 홍천-횡성의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홍천 개표는 새벽 2시가 넘어야 감(感)이 잡힌다’는 말이 유행.

이에 따라 출구조사 결과 횡성읍 출신의 민주당 유재규(柳在珪)후보가 다소 앞서 있다는 소식을 접한 홍천 출신의 한나라당 황영철(黃永哲)후보는 “지역 특성을 모르는 소리”라며 오히려 느긋한 표정.

<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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