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朴장관 "인간적 접근 회담성사 한몫"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0분


“북한의 송호경특사는 술도 잘 마시던데요. 송특사가 자주 가는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폭탄주도 많이 마셨습니다. 한민족은 역시 폭탄주 체질이라는 생각이 듭디다.”

11일 기자회견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과정을 설명하는 ‘대북 밀사’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에게서 통상적인 ‘막후 특사’의 면모를 엿보기는 거의 힘들었다. 협상파트너와 거리낌 없이 폭탄주를 주고받은 그에게 ‘자유분방한’ 특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무튼 박장관은 이날 침묵, 구름잡는 뜻모를 얘기, 세과시용, 목에 힘주기로 일관했던 과거 대북 특사들에게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드러냈다. 박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 사이에 오고갔던 내용의 일부도 공개했다. 그러자 회견장에서는 “너무 나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에서는 정치권에서 홍보업무를 오랫동안 해와 인간적인 접근에 익숙한 박장관이 아니었다면 협상이 이처럼 쉽게 타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박장관도 이날 “협상은 기교가 아니더라. 진실을 전달하니까 같은 민족으로 쉽게 통하는 점이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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