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국 현장표정]막바지 흑색선전 난무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4·13’총선 투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10일, 전국의 표밭에서는 흑색선전과 비방 유인물이 난무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상대후보들의 탈법 불법 감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갖가지 득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등 막바지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남 진주의 민국당 강갑중(姜甲中)후보는 이날 오후2시 진주 촉석루 의암바위에서 “더럽고 추잡한 썩은 정치를 청소하자”고 외친 뒤 4m 깊이의 남강에 뛰어들며 “충절의 고장인 진주가 정치개혁의 1번지가 되도록 ‘썩은 정치 청소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

강후보는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장렬히 전사한 것처럼, 썩은 정치인을 남강에 수장시키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

○…강원 동해-삼척의 후보들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운동원들에게 ‘3일밤 꼬박 새우기’ ‘소지역주의 건드리지 않기’‘무조건 사죄하기’ 등 이색적인 종반전 프로그램을 주문.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후보는 “선거에 지면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미리 밤을 새워 이기자”며 밤낮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을 강조. 삼척 출신인 민주당 장을병(張乙炳)후보는 “소지역주의를 자극해 동해시에서 상대후보에게 몰표가 가면 낭패를 본다”며 소지역주의를 경계하면서 “지역구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죄하라”는 지침을 제시.

○…후보들에 대한 비방 유인물이 잇따라 발견됐던 전북 남원-순창지역은 후보들이 자체적으로 ‘감시단’을 만들어 선거 막판에 예상되는 다른 후보들의 흑색선전 등에 대비.

민주당 조찬형(趙贊衡)후보는 “10여명의 청년 운동원들이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3시경까지 비방 유인물이 뿌려지는 현장을 잡기 위해 강행군하고 있다”고 설명. 무소속 이강래(李康來)후보는 ‘부정선거 감시단’을 조직, 30여명이 1회용 카메라를 들고 현장단속에 주력.

○…광주 동구에서는 민주당후보와 무소속후보가 연일 상대후보의 부정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치열한 공방전.

민주당 김경천(金敬天)후보는 10일 “무소속 이영일(李榮一)후보가 과거전력과 가족문제 등을 물고늘어지며 선거전을 진흙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한 뒤 “이후보는 재산 형성과정 등 의혹사항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

이후보도 반박성명을 내고 “김후보가 오히려 폭로비방전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날조해 발표하는 김후보를 고발하겠다”고 맞대응.

○…부산 중-동구의 A후보측은 “상대 후보 운동원들이 매일 오후 자신들의 거리유세 예정지 부근에서 ‘어디에서 하는 거리유세에 나가면 A후보가 1만원씩을 준다’고 헛소문을 퍼뜨려 거리유세에 나가지 않는 유권자들은 A후보를 욕하고, 거리유세에 나간 유권자들은 별 생각 없이 B후보의 연설을 경청하게 돼 2중으로 타격이 온다”고 불만.

이에 대해 상대 후보측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A후보가 연설에 설득력이 없어 별다른 청중들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현실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반박.

○…인천총선시민연대는 이날 “현행 선거법이 낙선운동을 위한 캠페인이나 집회를 금지하고 있어 ‘전화홍보’를 통한 낙선운동에 주력하기로 했다”며 참가단체 회원과 자원봉사자들로 ‘낙선전화홍보단’을 구성.

시민연대는 사무실에 가설된 20대의 전화로 낙선운동 대상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떤 후보가 왜 낙선 대상에 선정됐는지를 알려주는 전화홍보전을 벌이면서 선거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는 것.

○…전북 임실군 운남면과 정읍시 산내면 주민 700여명이 도 행정에 불만을 품고 투표를 거부하겠다며 7일 주민등록증을 도청에 반납.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예정인데 도에서 성실한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투표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 전북도청은 이날 주민설득 방침을 밝히면서도 “투표권 행사는 전적으로 유권자 자신의 문제”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

○…충북 도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의 가정통신문을 이용해 학부모들에게 투표 참여를 부탁하는 내용을 발송하고 ‘투표 참여, 깨끗한 선거’가 적힌 1200여개의 깃발을 만들어 도내 가로수와 각 지역 중심가에 설치할 예정.

<청주·전주·진주·광주〓이원홍·주성원·이호갑·박윤철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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