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與 "수도권 호재" 野 "무리한 추진"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사실이 10일 전격 발표되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정상회담 합의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 판세 역전의 전기를 잡았다며 반색했다. 반면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은 총선을 겨냥한 무리한 정상회담 추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은 특히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등 비공개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제기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합의 발표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잇따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아침 일찍 충남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서청원(徐淸源)선대본부장이 정상회담 합의발표 사전통보차 당사를 방문한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강하게 항의했다. 서본부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서둘러 총선 전에 발표할 이유가 있느냐”며 “국민은 ‘도대체 뭘 갖다줬기에 그러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2시 서본부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연데 이어 오후7시에는 지원유세를 마치고 귀경한 이총재 주재로 다시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여당이 실정과 불법 부정선거를 은폐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남북 접촉과정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남북합의서 양측 서명당사자의 격(格)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이총재는 이날 정당연설회에서 “일설에는 북한에 큰 돈을 주었다고 하는데 국가부채가 400조원 이상 되는 상황에서 과연 큰 돈을 주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민주당▼

민주당은 이날 하루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핵심 당직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포용정책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이번 총선의 ‘승부수’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하루 이틀 지나면 그 파괴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

이는 실향민과 북한에 인접한 인천 및 경기북부 강원지역 주민들에게 이산가족 상봉 및 남북교류 등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선거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계산하기 때문. 또 ‘북한 특수’가 몰고올 파급효과 등에 대한 관심으로 남은 선거기간동안 여야간 정쟁이 묻혀 여당 드라이브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신북풍’으로 몰아치는 야당의 주장이 최대 접전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약 ‘역풍’이 불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대두. 민주당이 이날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총선용’이라는 야당측 주장을 극구 해명하면서 남북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측면을 염두에 둔 것. 민주당은 자당 후보들이 막판 선거운동에 느슨해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자민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10일 대전의 한 오찬장에서 중앙당이 낸 남북정상회담 관련 성명내용을 보고받고 “무슨 논평을 이렇게 점잖게 냈느냐. 논문을 썼느냐”며 좀더 강한 논평을 내도록 지시했다. JP의 인식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짓을 하면 판판이 북한에 이용만 당한다”는 것.

JP는 유세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서 더 이상 민족상잔이 없게 다질 수만 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선거를 3일 앞두고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총선을 겨냥한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맹비난. 그는 또 김대통령의 ‘대북특수’ 발언에 대해서도 “이것도 국민 속이는 소리다. 원래 속이는 것 전문가 아니냐”고 주장.

이에 앞서 자민련은 이날 오전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당의 대응수위를 조정.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성명에서 “일단 의미있는 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여권이 선거용 이벤트로 이용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경훈(朴坰煇)부대변인은 “북측이 아무런 요구조건없이 남측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정상회담을 조건으로 한 달러지원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

<대전〓이철희기자>klimt@donga.com

▼민국당▼

민국당은 성급한 대북 저자세식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결국 우리의 안보체제를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철(金哲)대변인은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과정부터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국가정보원 문제 등 그들의 핵심주장을 상당히 관철하려 할 것”이라면서 “반면 스스로 햇볕정책의 포로가 된 김대중(金大中)정권은 6·25전쟁, 대남 테러, 북한의 인권, 대남 군사도발 등에 대해 말 한마디도 못하고 국민세금만 북에다 바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그동안 햇볕정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애매한 태도로 김대중정권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이같은 무모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데는 한나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