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D-16]전국구 '앞자리 다툼' 여야 몸살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16대 총선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27일 여야는 당 지도부의 막판 순번 조정과 전국구 후보들 사이의 힘겨루기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명단이 발표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전국구 공천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고 자민련과 민국당 등에서는 노골적으로 ‘돈 공천’ 얘기가 흘러 나왔다.

▼민주당▼

27일 밤 공천심사위를 열어 비례대표 인선안을 최종 심사. 비례대표인선은 전적으로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몫이지만 ‘밀실공천’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기 위해 공천심사위를 소집한 것. 민주당은 28일 오전 김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확대간부회의를 거쳐 명단을 발표할 예정.

본인의 고사 등으로 한때 비례대표가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이재정(李在禎)정책위의장은 상위 순번에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기재(金杞載)전행정자치부장관은 당으로부터 후보등록 준비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상위 순번에 배정될지는 유동적.

여성의 경우 당선 안정권에 5명 정도가 배려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10여명의 후보군들의 막판 로비가 치열. 46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의 측근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자 이위원장의 측근인 이수영(李秀榮)제4사무부총장이 24일부터 당사 출근을 거부하는 등 반발. 이부총장은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 바에야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흥분.

▼한나라당▼

후보명단이 발표되자 당내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지난번 지역구 후보 공천파동 때 혼난 탓인지 ‘개혁공천’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는 얘기들이 무성. 지역구 낙천자들과 현역 전국구의원들에 대한 ‘배려’로 전국구 2, 3선의원이 양산됐고 이로 인해 새 인물 영입보다는 당내 현역들 간에 ‘나눠먹기’로 끝이 났다는 것.

한나라당이 당선 안정권으로 보는 20번 이내에 배정된 이상희(李祥羲) 박세환(朴世煥) 조웅규(曺雄奎) 김홍신(金洪信)의원과 박창달(朴昌達)선대위상황실장 이원형(李源炯)부대변인 등은 지역구 낙천자들.

신영균(申榮均) 강창성(姜昌成) 박세환 조웅규 김홍신의원은 전국구 재선, 이상희 김정숙(金貞淑)의원은 전국구 3선이 될 전망. 특히 김정숙의원은 이총재 부인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

당선 안정권에 든 새 인물로는 김락기(金樂冀)전한국노총부위원장만이 눈에 띄는 정도. 또 △강창성부총재는 원로 배려 △서정화(徐廷和)의원은 서울 용산 지역구를 양보한 데 따른 반대급부 △신영균의원 이한구(李漢久)선대위정책위원장 이원창(李元昌)선대위대변인 등은 당 기여도로 당선 안정권에 배정.

이원창선대위대변인은 당초 예비후보에 배정됐으나 “선대위대변인을 그렇게 홀대하면 안된다”는 일부 부총재들의 지적에 따라 가까스로 정후보에 안착.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이 강력하게 밀었던 김희완(金熙完)전서울시정무부시장은 이총재측의 반대에 부닥쳐 전국구 정후보의 꿈이 좌절. 이 바람에 홍위원장이 사무실에서 철수하고 당무를 거부하는 소동을 빚기도.

지역구 공천파동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였던 윤여준(尹汝雋)전여의도연구소장은 이총재의 강력한 밀어붙이기, 조웅규의원은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 안정권에 턱걸이.

▼자민련▼

현역 전국구의원을 포함, 상당수 재력가들이 특별당비로 수십억원을 제시하며 상위순번을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 이 때문에 한 전직의원은 상당한 액수를 제시하며 ‘5번 이내’를 요구했으나 여의치 않을 정도로 물밑경쟁이 치열하고 여성 몫도 5번 이내에 배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이미 열흘전쯤 전국구 후보군 명단을 보고받고 1차 스크린을 끝냈으며 26일에는 신당동 자택에 머물며 일부 전국구 지망자들과 면담을 마쳤다는 것. 한 고위당직자는 27일 “15대 때처럼 전혀 의외의 당외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당내인사 중에서 다소나마 재정적으로 기여한 인사들로 대부분 채워질 것”이라고 귀띔.

이와 함께 이번에는 당선과 상관없이 사무처 당료들을 하위순번에 무더기로 등록시키던 관례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방침. 한 당직자는 “하위순번 공천자에 대한 등록비만도 상당하다”며 “나중에 되돌려받긴 하지만 당장 한푼이 아깝다”고 설명.

▼민국당▼

재정난 타개를 위해 재력가 영입에 공을 들여온 민국당은 이기택(李基澤)최고위원의 추천에 따라 부산시 전 교육위의장을 지낸 강숙자(姜淑子·55)씨를 1번에 배정.

2, 3번에는 김상현(金相賢) 장기표(張琪杓)최고위원이 배정됐는데 지난번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물구나무서기를 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했던 김최고위원은 이로써 일단 국회 진입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상황.

<박제균·이철희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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