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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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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법무시 풍조는 일단 “당선만 되면 끝난다”는 후보자들의 의식에 일차적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안이하게 대응해온 관행도 선관위의 단속에 영(令)이 서지 않는 큰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선관위 직원들 사이에는 “도대체 뭣때문에 욕을 들으면서까지 단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
현재 선거법 위반 단속의 유형별 특징은 한 후보 진영이 여러 차례 적발된다는 점. 그만큼 후보진영이 선관위 단속을 경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충남 청양-홍성)의원측이 선관위로부터 지금까지 적발당한 위법행위 건수는 무려 13건. 이의원의 지구당 관계자는 지난달 이의원의 지역 내 의정보고회 개최와 관련해 주민들에게 참석을 독려하는 고지방송을 내보낸 사실이 적발돼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지구당관계자가 지역 내 행사에 이의원 명의의 찬조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또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인천 부평갑)의원측은 중소기업정책연구회라는 사조직을 통해 박의원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20일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수사의뢰당했다. 현재까지 선관위가 박의원측에 내린 조치건수가 △고발 5건 △수사의뢰 2건 △경고 4건 등 11건에 달했다.
민주당 권정달(權正達·경북 안동)후보도 선관위로부터 고발 2건 등 총 7건의 조치를 받았다.
이 같은 재적발 횟수가 급증함에 따라 21일까지 선관위가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적발한 사전선거운동 위반건수는 모두 1289건에 이르고 있는 실정. 유형별로는 시설물 관련 위반건수가 685건, 금품 음식물 제공 위반이 287건 등이었다. 이는 15대 총선 당시 같은 기간 중 선거법 위반행위로 적발 조치한 건수가 39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배가 넘는 수치다.
이와 함께 선관위의 단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단속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선거기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전(口傳)홍보단을 통한 물밑 비방전은 정확한 물증을 잡기가 어려워 선관위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또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신종 사이버선거의 위법행위를 따라잡기는 하지만 인력이나 기술면에서 역부족이라는 게 선관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