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1]與野 지도부 休日 쉼없는 세몰이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D-32. 휴일인 12일 여야 지도부는 전국 각지에서 ‘표심(票心)’을 겨냥해 치열한 유세전을 펼쳤다. 그러나 여야 4당의 휴일 공방전은 어지러운 정국양상 만큼 복잡한 각각의 이해관계를 반영, 서로 물고 물리는 ‘4당(黨) 4색(色)’의 형국이었다. 그동안 ‘DJ공격’의 선봉에 섰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이날 총선 후 내각제를 고리로 한 공조복원의 여지를 시사하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즉각 ‘내각제 불가’로 강력히 응수했다. 또 한나라당은 ‘경제 실정론’으로 여당을 성토했고 민국당은 부산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총선으로 다가갈수록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고강도(高强度) 발언’이 봇물을 이룰 것임을 예고하는 양상이었다.》

▼민주당▼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12일 경북 김천과 충북의 보은-옥천-영동, 청원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해 작심한 듯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성토.

이위원장은 먼저 “‘DJ가 나를 속였다. 이인제도 속을 것이다. 그러니 이인제에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오늘 얘기 좀 해야겠다”며 JP를 겨냥. 그는 “속인 사람도 없고 속은 사람도 없다. 설령 속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인제는 누구를 속이지도 속지도 않는다”고 주장.

이위원장은 그러면서 내각제개헌에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내각제를 고리로 한 JP의 총선 후 정계개편 구상을 정면으로 반박. 그는 특히 내각제헌법을 유신헌법에 비유한 뒤 “더 이상 충청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된다”며 JP를 노골적으로 자극.

이위원장은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퇴임하면 ‘3김시대’는 자연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면서 JP시대의 종언을 고하기도. 그러면서 그는 “그 이후는 젊고 힘있고 비전있는 젊은 지도자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나라를 번영과 통일로 이끌게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인제의 꿈과 비전”이라고 주장.

<옥천〓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한나라당▼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2일 서울 중구(박성범·朴成範) 영등포갑(고진화·高鎭和) 관악을(권태엽·權泰燁) 경기 부천오정(박종운·朴鍾雲) 지구당 등 4개 개편대회에 참석해 수도권 세몰이에 박차.

이총재는 이날 △빈부격차 심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법 무시’ 발언 등으로 인한 법질서 퇴색 △총풍 세풍 등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타락을 현 정권 3대 실정으로 지적하며 DJ에게 직격탄. 이총재는 특히 수도권에서 빈부격차 심화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20 대 80 이론’을 비롯해 각종 경제수치를 들어가며 빈부격차 심화를 부각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

이총재는 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이총재의 IMF 책임 공방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현 정권이 IMF가 권고한 고금리와 긴축정책에 너무 충실히 매달리는 바람에 흑자기업이 무너져 실업자가 양산됐다. 정권 바뀐 지 2년반이 됐는데 전 정권의 책임론 운운하는 사람들은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역공.

한편 이총재는 13일 열리는 경북 구미지구당개편대회와 관련해 이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다가 경북도지부가 강력히 항의하자 다시 참석키로 방침을 변경.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자민련▼

자민련은 12일 전북 진안-무주-장수(김광수·金光洙) 고창-부안(김손·金孫) 김제(오민수·吳敏秀) 지구당 행사를 잇따라 갖고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 첫 유세.

이날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이 곳의 지역정서를 의식, 대여 공세의 수위를 크게 낮추는 모습. JP는 “지난 2년 간 자민련과 민주당(국민회의)의 공조로 IMF를 극복했다”며 한나라당과 민국당만을 집중 공격.

그는 “우리가 경제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 한나라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사법처리 대상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연중국회를 소집했다”며 “한나라당은 기대와 희망의 대상에서 벗어난 정당”이라고 비난. 또 민국당에 대해서도 “거기서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당은 더더욱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

변웅전(邊雄田)선대위대변인은 “오늘의 김대중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JP”라며 “오늘 자민련은 DJP정권교체의 종자돈, 씨앗값을 받으러 온 것”이라고 주장.

이에 앞서 JP는 11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구미와 대구 수성갑 지구당 행사에 참석, 한나라당을 맹공격. 이한동(李漢東)총재는 경기 부천소사와 서울 구로을 지구당행사에 참석,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

<진안〓이철희기자>klimt@donga.com

▼민국당▼

민국당은 12일 오후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무역전시관에서 ‘4·13총선 출정식 및 필승결의대회’를 개최. 1만여명이 몰려든 행사장 곳곳에는 ‘승리는 부산에서 시작됐다’ ‘정통야당의 맥을 잇는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날 조순(趙淳)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들은 일제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난. 신상우(辛相佑·부산 사상)최고위원은 “총선이 끝나면 한나라당은 이총재 축출파와 잔류파와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어느 쪽이 더 진짜 야당인지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제안.

장기표(張琪杓)최고위원은 “김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지금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며 “그런데 이회창총재는 정말 구속해야 할 서상목(徐相穆)씨 구속을 막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어 서씨를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고 양측을 싸잡아 공격.

지역감정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광일(金光一)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8시반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통화를 했는데 ‘너희들 중에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뒤 단상에 있던 지도부를 둘러보며 “만일 여기서 대통령이 못 나온다면 해운대 앞바다에 빠져죽어야 한다”고 역설.

<부산〓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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