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김종필-이인제씨 충청권 전면戰 포문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2일 민감한 지역감정의 ‘뇌관’을 건드림에 따라 이 문제가 총선 정국의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JP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날 3·1절 치사에서 한 발언을 ‘정정’해주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JP는 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이른바 ‘충청도 핫바지’ 발언으로 지역감정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JP의 발언은 당장 충청권에 일정부분 ‘반(反)DJ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센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경남과 역시 이 지역을 발판으로 출발한 민국당에도 그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여 이번 총선에서 자칫하면 과거보다 더한 지역감정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종필명예총재가 2일 충남 부여와 논산, 대전을 잇따라 강행군하며 지역감정문제와 관련해 김대중대통령을 맹공한 데 대해 민주당과 각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YS측은 JP와 김대통령에 대해 양비론적 입장을 밝혔다.

▼몇차례나 "김대중씨" 호칭▼

○…JP는 이날 부여 김학원(金學元)의원 후원회에서 김대통령의 3·1절 치사발언을 거론하며 김대통령을 향해 직격탄. JP는 특히 이날 몇 차례나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고 ‘김대중씨’라고 호칭.

JP는 지난 2년간의 공동정부 운영에 대해 “속상하고 무시당하고 모멸당하는 것을 참으면서 나라를 살리자고 협력한 것”이라며 “(김대통령이) 내각제 사인한 것을 내보이면서 ‘늙은 사람이 더 이상 욕심이 있겠느냐’고 해서 믿고 했더니 다 틀려버렸다”고 주장.

그러면서 JP는 “나는 열 번 속아도 후회하지 않는다. 약속 어긴 사람이 잘못이냐, 속은 사람이 잘못이냐. 옛말에 ‘남 때린 사람은 두 다리 못 뻗고 자고 맞은 사람은 다리 뻗고 잔다’고 했다”며 울분을 토로.

○…민주당은 JP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일절 무대응. 지역감정 관련 발언은 논란이 커질수록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득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

그러나 일각에선 격한 감정을 토로. 한 중간 당직자는 “71년 대선 때 김대통령이 나섰기 때문에 지역감정이 생겼다는 주장은 전라도 사람은 대선에 나설 자격도 없다는 말과 다름 없는데 정치 지도자란 사람이 정말 이렇게 말해도 되는 것이냐”고 흥분.

87년 김대통령의 영남유세에 동행했다는 한 당직자는 “당시 우리도 마산과 부산 대구에서 돌팔매질을 당했다”며 “JP의 발언은 기본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

○…한나라당의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JP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공동정권에 참여한 진지한 반성없이 총선전략상 DJ와 차별화하려는 계산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양비론적 입장.

상도동측도 JP의 발언에 한편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JP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

▼"정책대결 희망 꺾는 구태"▼

○…광주 전남 정치개혁시도민연대 임낙평(林洛平)대변인은 “JP의 발언은 지역대결 구도가 아닌 정책대결로 선거가 치러지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희망을 한순간에 꺾어버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 또 양원(梁元·35·광주 북구 임동)씨는 “그동안 민간교류 등으로 어렵게 쌓아놓은 지역간 신뢰감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

부산환경운동연합 구자상(具滋相·42)사무처장은 “헌정질서 파괴의 주역으로서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성할 줄 모르고 다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그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

대전시민인 김형돈(金亨敦·41·치과의사)씨는 “한 정당의 최고 책임자가 지역감정을 부추겨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고 부산시민 변영석(卞營錫·39)씨는 “이번 발언은 ‘신 3김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이해와 상식에 어긋난 실언으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사무국장 배종진(裵鍾珍·34)씨는 “영호남 지역감정이 심화된데에는 DJ의 책임도 적지 않지만 지역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장한 옛 공화당에 몸담은 JP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

<정치부·지방자치부>

▼이인제"JP는 지는 해" JP"고향 떠난 사람이…"▼

○…한편 JP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남 부여 논산 당진 아산 서산 등지를 순회하며 충청권 ‘패권장악’을 위한 전면전에 돌입.

당진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떠오르는 태양’ ‘충청권의 자존심과 긍지’라는 소개를 받으며 연단에 선 이위원장은 자신은 ‘새로운 태양’, JP는 ‘서산의 지는 해’라고 비유. 이위원장은 대회 후 시장을 누비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 때마다 한 지구당 당직자가 ‘차기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자 이위원장은 매우 고무된 표정.

JP는 이위원장에 대해 “십수년 전에 고향을 떠난 사람이 요즘 왔다 갔다 한다고 찍어선 안된다”고 비난. 이한동(李漢東)자민련총재도 “이인제군은 지금 DJ에게 속고 있다. DJ는 JP도 속인 사람인데 누구는 못 속이겠는가. 자칫 여러분도 이인제에게 속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

<송인수기자> issong@donga.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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