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일문일답]"YS만나 송구한 마음 전했다"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시종 "내 부덕탓…고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공천 후유증과 관련,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인간미’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이총재는 시종 비장한 표정에 낮은 목소리로 “모두 내가 부덕한 탓” “가슴아픈 일” “깊은 고뇌와 번민” 등의 수사(修辭)를 총동원, 공천 탈락자들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이총재와의 일문일답 요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는데….

“김전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자 정치 선배, 정계 원로로서 혼란스러운 사태에 대한 충고와 격려를 듣기 위해서 갔다. 개혁공천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나의) 미숙한 일처리로 인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 앞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정국이 다당(多黨)으로 쪼개지는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심경을 말했다.”

―YS의 반응은….

“그 이상의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3김 정치’ 청산을 위해 ‘개혁공천’을 했다면서 상도동을 찾은 것은 모순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런 난국에 정치원로의 조언과 충고를 받고자 간 것이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나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당내에서 인책론이 제기되는데 총선 전 당직개편 용의는….

“그런 얘기도 당을 걱정하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다. 공천의 문제가 있다면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우선 당이 결속해서 우리 당을 지지해준 많은 국민에게 안정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이번 공천이 ‘개혁공천’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총재의 포용력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는데….

“공천 결과가 이런 사태로 이어진 데 대해 뭐라 할말이 없다. 이번 공천이 개인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자기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윤환(金潤煥)의원 등 이총재를 도왔던 공천 탈락자들이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 점은 가슴 아프다. 그런 평가는 변명이나 해명이 필요없으며 내가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이상열씨 교체 절차 거쳐야▼

―문제된 부산 서구 공천자 이상열(李相烈)씨를 교체할 것인가.

“공천을 통한 선택이라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교체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구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부산지역 모든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에는 이상열씨 지지자들이 몰려와 교체 검토에 항의, 당사 주변이 어수선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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