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총선감안 자세전환…"票 생각하고 '鄭파문' 다시보자"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여야가 14일 정형근(鄭亨根)의원 구인문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16대 총선에서의 득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의원에 대한 체포시도를 비난하는 여론이 우세해지면 민주당이 손해를 보고, 정의원의 체포영장 불응에 대한 비난여론이 강해질 경우 한나라당이 불리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도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을 견지했다. 정의원이 1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론 정의원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정의원이 좌익 운운하며 국가원수에 대해 시건방진 발언을 했는데 완전히 정신이 나간 소리”라며 “한나라당은 유언비어 진원 같다”고 발끈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준법정신 파괴행위 책임자’로 몰아붙이며 이총재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이날 당6역회의에서 이총재를 겨냥해 “남에 대해서는 ‘법대로’를 강조하면서 자신은 ‘멋대로’ 하는 사람”이라며 ‘사이비 법치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노무현(盧武鉉)의원이 검찰의 정의원 체포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주당의 영남지역 출마예정자들은 검찰의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의원의 당사 농성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해 규탄대회와 추가폭로 등을 일단 유보키로 결정했다. 정의원이 이날 “내가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이총재의 ‘법대로’ 이미지에 흠집이 나고 당의 수도권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15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자진출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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