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춘대사 인터뷰]"보직 나눠먹기 국제적 망신 자초"

  • 입력 2000년 2월 10일 23시 29분


현직 대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장관의 잦은 교체 등으로 외교통상부 인사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사표를 냈다.

이장춘(李長春·60·특1급) 외교부 본부대사는 10일 모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1년 10개월 사이에 세 번째 외교부장관이 등장했으며 이런 추세로 가면 7명 정도의 외교부장관이 나올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재임 6개월밖에 안된 차관보급 간부를 교체하고, 신설한 지 9년도 안된 외교정책실에 11번째 장이 임명됐다”는 등 외교부 인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대사는 자신의 기고문이 보도된 직후 외교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대사는 98년 1월에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외교관을 ‘집시’에 비유하고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에 통합한 현 정부의 행정조직개편을 비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대사는 주유엔공사, 싱가포르 오스트리아대사 등을 역임한 직업외교관이다.

이대사는 이날 기자와 만나 “지난 2년간 일을 주지 않아 너무 오래 봉록을 공짜로 먹었다”며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을 기고한 배경은….

“나는 82년에 청와대에 파견근무하면서 외무부의 조직 근대화를 위해 대통령위원회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조직개혁을 주장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외교부 인사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외교부장관이 국내에서 힘이 없으면 외교를 할 수가 없다. 보직을 몇 개월씩 나눠먹는 인사행태는 조직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 국제외교가에서 우스갯거리가 되는 결과를 자초하는 셈이다.”

-홍순영장관의 경질에 대한 반발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홍장관의 경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홍장관이 권력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것은 잘했지만 내부에서도 공정하고 객관성있는 인사를 했어야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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