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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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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신당동 자택으로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방문한 후 예상과는 달리 양당관계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9,30일 JP를 만난 자민련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JP가 격노하고 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DJP회동’ 가능성에 대해 “서로 얼굴만 붉힐텐데 만나면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JP의 한 측근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진사(陳謝)사절’을 보낼 때는 납득할 만한 뭔가를 들고 와야 할텐데 ‘그저 오해’라고 하는 정도로 무슨 일이 풀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 등이 공동정부에서 철수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쪽에서 먼저 그러자고 한다면 모르지만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답했다.
○…28일 저녁 한실장의 방문 후 JP가 더욱 격앙된 것은 무엇보다 방문사실이 곧바로 언론에 알려진데다 ‘JP가 공조복원쪽으로 마음을 돌릴 것’이라는 투의 ‘언론 플레이’ 때문이었다는 것.
JP는 29일 자택을 찾은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 등에게 전날 한실장과의 대화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뒤 당의 단호한 입장을 밝히라고 지시.
이에 따라 자민련은 대변인실을 통해 “한실장이 양당관계를 복원하자는 얘기를 했으나 김명예총재는 합리적 이유를 들어 이를 일축했다. 또한 김명예총재는 당의 의사를 100% 존중할 것이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측도 “이제 공조복원은 틀렸다”는 분위기.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더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겠지만 호전되기를 기대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에선 특히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제기한 ‘연합공천 불가론’이 서서히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로선 ‘공조붕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기록만 남기면 된다”고 말했다. 즉 요즘 청와대와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대(對) 자민련 대화 모습도 이같은 ‘기록용’이라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