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부산기장 분구 '몽니' 선거법처리 지연시켜

  • 입력 2000년 1월 17일 00시 17분


자민련은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시종일관 당리당략에 얽매인 잦은 당론변경과 무원칙한 태도를 보였다. 협상 초반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선거구제 고수를 강력 주장하다 영남권의 반발로 중선거구제로 돌변했고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자 복합선거구제를 내놓았다.

또 1인2표제에 대해서도 극력 반대하다 뒤늦게 수도권 2여 연합공천문제와 연계, 1인2표제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은 “안될 바에야 명분이나 얻자”며 느닷없이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15일 밤 3당 총무들이 합의한 선거법에 대해 ‘느닷없는 몽니’를 부려 국회 본회의 처리를 사흘이나 늦추게 만든 것도 이같은 자민련의 오락가락하는 태도 때문. 김동주(金東周)의원이 부산 기장을 독립선거구로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자 별로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갑자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조차 의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구하한선 등 처음에 큰 것을 확보했을 때는 격려도 안해주던 사람들이 나중에 조금 양보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자민련은 여전히 “기장 분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합의도 있을 수 없다”는 ‘막가파’식 태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장이 분구가 안될 바에야 다른 분구 인정지역도 없어져야 한다”는 ‘물귀신 작전’까지 펼 태세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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