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나라당, 벌써부터 공천 잡음

  • 입력 2000년 1월 9일 19시 54분


한나라당 공천신청서 접수
한나라당 공천신청서 접수
《여야가 ‘4·13’ 총선 후보자 공모 등 본격적인 공천준비에 들어가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는 “당선가능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후보를 공천할 것”이라는 여야 지도부의 얘기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 이에 따라 여야 내부는 지도부에 대한 원성과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벌써부터 어수선하다.

새천년 민주당에서는 원칙없는 ‘주먹구구식’ 조직책 선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고 한나라당에서는 계파간 분쟁이 심화될 조짐이다.》

▼민주당▼

“통 반장 임명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요즘 민주당 내에선 이런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민주당은 6일 조직책신청을 최종 마감하자마자 곧바로 7일 2차 조직책 명단 17명을 발표했다. 17개 지역은 하루만에 조직책심사를 끝낸 셈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31일 1차 조직책명단 20명을 발표했다. 그래서 당내에선 ‘게릴라식’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을 하지 않는다. 6일 마감한 조직책 신청명단도 보안에만 신경을 쓰는 탓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조차 “조직책 신청자명단을 대대적으로 발표해 홍보로 활용해도 시원치 않은데…”라며 불만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또 1,2차에 걸쳐 발표된 조직책들이 현역의원 일색인 점에 대해서도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금 현역의원 지역구에 신진인사를 발표하면 국회일정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신당’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한나라당▼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구 민주당출신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조건인 30% 지분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합당정신이 지켜지지 않으면 당내 분란으로 총선 전열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합당 당시 민주당 총재였던 조순(趙淳)명예총재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예정이다.

조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출신 인사들의 공통된 불만”이라면서 “조명예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이어 “이총재가 갈수록 측근들에 둘러싸여 당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공천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총재체제 등장 이후 침묵을 지키던 조명예총재가 이총재의 당 운영방식 등을 비판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당내에서는 이총재측과 구 민주당계 간의 ‘공천 전초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총재측은 “공천은 당선가능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계파지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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