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JP]당분간 정치관여 자제…자민련 추스르기 나서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2분


그동안 여권 내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전개되던 공동여당 합당론이 ‘합당무산’으로 결말이 나면서 DJP 간 관계변화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동정이 정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자칫 양당간, 또는 양자 간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정국양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총리는 23일 오전 9시반이 넘어서야 출근했다. 총리공관에서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 변웅전(邊雄田)의원 등의 보고를 받느라 출근이 늦어진 것. 김총리는 이날 이총무로부터 “27일에 의원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젠 합당 얘기는 더이상 안나올테니 당이 하나로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총리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도 밝고 홀가분해 보였다”고 전했다. 간부회의에서도 김총리는 ‘합당문제가 싱겁게 끝났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싱겁기는 무슨, 언론이 그렇게 몰고가고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하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는 작지 않게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이날 김총리는 국정원장 경질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으나 합당문제는 별개의 사안.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먼저 ‘합당문제를 정리하자’고 나선 것은 뭔가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총리로서도 면구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김총리는 당분간 ‘정치행보’는 뒤로 미룬 채 당면한 임시국회 대처에 전념하는 등 자세를 한껏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총리는 한편으론 조용히 그동안 어수선했던 자민련 분위기 추스르기에 전념할 것 같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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