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언론이 난도질하고 있다"…자민련태도 불만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8분


“정치권과 일부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나라는 옷로비밖에 없느냐.” “언론이 난도질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민주화운동 관련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대해 털어 놓은 불만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톤이었다.

이같은 언급에서 김대통령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개혁저항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특히 “보안법 인권법을 못고치겠다는 사람이 다수이면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에서는 불만의 대상에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자민련도 포함돼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대통령은 또 이날 언론에 대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신동아그룹의 끈질긴 옷로비를 ‘원천봉쇄’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을 강하게 토로했다. 김대통령은 또 내년 총선에서의 ‘여대야소’실현에 대해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세상이 달라지고 민주화돼 극한적인 방법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옷로비의혹사건’이나 ‘개혁부진’ 등의 책임을 너무 ‘네탓’으로만 돌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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