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복합선거구 제의 안팎]與 "野거부땐 무기명투표"압박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여권이 8일 ‘도시는 중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의 복합선거구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떻게해서든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선거법 협상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에서다.

복합선거구제는 이론상 여당이 중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이유와 야당이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이유를 모두 감안한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형태이기 때문에 절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여측의 판단인 듯하다.

특히 야당의 경우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소선거구제 선호의원과 수도권 중심의 중선거구제 선호의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의 경우도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자민련의 영남권 의원들과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충청권 의원들간 대립을 완화할 수 있고 국민회의에서도 ‘공천 물갈이설’에 긴장하고 있는 중진들을 무마시킬 수 있다는 것.

여권으로선 또 내년 4월 총선까지의 ‘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야당 일각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복합선거구제 카드를 통해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가 이날 “야당측이 계속 선거법 협상에서 지연전술을 펼 경우 복합선거구제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여권이 일단 복합선거구제로 야당측을 최대한 밀어붙인 뒤 여의치 않으면 소선거구제를 수용하면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여권으로서는 얼마동안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복합선거구제를 강력히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소선거구제’로 선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복합선거구제를 ‘정략적 사고의 산물’, ‘DJT식 맨더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무기명 비밀투표’에도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도 8일의 여야 총무회담에서 여당측의 복합선거구제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같은 상황에 비추어 보면 선거구제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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