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합의]파국 면했지만 선거법등 곳곳암초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3시 20분


여야가 15일 마라톤 원내총무회담을 통해 ‘언론대책문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 4일 한나라당의 부산집회 이후 파행을 거듭해온 정기국회는 일단 정상화됐다.

사실 ‘언론대책문건’ 국정조사 자체는 기왕에 합의된 사항. 그러나 국정조사의 기본성격을 ‘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 진상규명에 맞춰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여당이 일축하자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에 나섰고, 이후 국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날 총무회담에서 국정조사의 조건들이 합의됨으로써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국회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가 이날 “국정조사만 되면 (19일로 예정된)대구집회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운영의 기본책임이 있는 공동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잇따른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여론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자체 여론조사까지 나오자 국회거부에 정치적 부담감을 느껴온 터였다.

여당도 마찬가지. 특히 25일 신당창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회의는 ‘신당 바람’이 국회파행의 탁류에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아무튼 이날 합의로 새해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2일)까지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했지만 정국은 아직 ‘준(準)교착상태’다. ‘국회정상화〓정국정상화’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이날 여야 협상의 핵심쟁점은 국정조사,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처리, 선거법 합의처리 보장문제 등 크게 세가지였다. 정국이 정상화되려면 국정조사 외에 두가지 핵심쟁점도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선거법 합의처리 보장문제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합의를 도출해 처리한다’고 합의문을 만들긴 했지만 공동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할지 모른다는 한나라당의 의심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정국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형근의원 처리문제도 변수.

한나라당은 물밑대화를 통해 “정의원 체포동의안을 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이날 오후까지도 “먼저 검찰에 출두해 당당하게 조사받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여야 총재회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날 총재회담을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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