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政街에 변화의 바람 분다

  • 입력 1999년 6월 25일 20시 03분


『국민뜻 하늘같이』
『국민뜻 하늘같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앞에 사과를 한 25일. 여야 분위기에서도 뭔가 변화가 느껴졌다.

여당 내에서는 그동안 당 지도부의 무기력을 비판하는 소리와 함께 심기일전을 위한 체제개편론이 고개를 들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바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상 정립과 의혹 확대 재생산 자제 등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이같은 기류가 향후 정국 전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이날 국민회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집권당으로서의 자성이나 책임론을 얘기하는 당 지도부나 간부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대통령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젖어서인지 “이번 대국민 사과가 위기정국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얘기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와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김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고 직언하지 못했던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대두됐다. 한 입당파 의원은 “김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서 돌아오기 전 공식회의에서 당시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러나 당 지도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는 또 총재권한대행이 당 중진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정권교체 후 당의 체제정비를 서두르지 않아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로 귀결됐다는 자성론도 대두됐다.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당 중진과 비주류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과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대여(對與) 투쟁 등 정국대처에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어지러워진 국정을 바로잡고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제대로 읽고 그 희망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특히 “이런 노력 없이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배신감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정책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변모 노력은 각종 의혹 규명 과정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온 데 대한 비판여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국정조사 대상과 특별검사제 도입문제에 대한 타협선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는 ‘옷사건’과 ‘파업유도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여당이 ‘옷사건’ 국정조사를 완강히 거부하는 마당에 마냥 줄다리기만 할 수 없어 절충점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