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交戰파장]「新북풍 공방」정가 다시 찬바람분다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북한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과 남북 함정간 교전사태로 빚어진 긴장이 정치권에서 ‘신(新)북풍론’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시중여론을 빗대어 신북풍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 …이날 신북풍론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상당히 강도가 높았다. 우선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공식논평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대국민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 또 신북풍론을 거론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음모 공작의 전사들’이라고 규정한 것 등은 청와대 논평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강성 표현.

청와대의 이같은 강경입장은 16일의 청와대 총재회동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신북풍론은 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그 이후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에서 계속 신북풍론이 거론된 데 따른 것이라는 후문.

○…국민회의도 이날 고위당직자회의 직후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의 신북풍론을 ‘적전분열 조장행위’라며 발언 당사자들의 사과를 거듭 종용.

이대변인은 “세계 각국이 한반도 군사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시기에 유독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신북풍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병들에게 무슨 말을 할 작정이냐”고 반문.

자민련 김창영(金昌榮)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국난을 앞에 두고 정략적 차원에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한나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책동을 두둔하는 신북풍설을 제기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

○…한나라당은 북한경비정이 연일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사태가 계속되던 14일 ‘신북풍’ 의혹을 제기. 이날 정형근(鄭亨根)정세분석위원장은 사석에서 “서해사태를 전후한 남북의 움직임은 마치 정해놓은 수순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고 주장.

이회창총재도 이날 당사로 찾아온 박용옥(朴庸玉)국방부차관에게 “많은 국민이 (여권이)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서해사태를)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시중여론을 빌려 의구심을 표명. 이 자리에 배석했던 하순봉(河舜鳳)의원은 “국민 사이에 ‘신북풍’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신북풍’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안보설명회에서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이 신북풍 의혹 제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이를 더이상 문제삼지 말라는 자세를 견지.

그러나 하루 뒤 청와대가 정면대응으로 응수한 것은 그만큼 사안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즉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루머가 악성일수록 전파속도가 빠르고 그 폐해도 심각하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

실제 신북풍론이 예상과 달리 상당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더이상 방치할 경우 통제불능의 국면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

○ …한나라당은 박준영공보수석이 신북풍 의혹 제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자 발언경위를 왜곡했다며 강하게 반박.

이총재는 “어제 청와대에서 자민련 박총재가 신북풍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김대통령이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면서 가볍게 넘어갔는데 뒤늦게 공보수석이 문제삼는 것은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지적.

안택수(安澤秀)대변인도 “지금 시중에는 신북풍의혹설이 이상할 정도로 만연돼 있는데 청와대만 이것을 모르고 있느냐”고 반문.

정형근위원장은 “우리 해군은 단호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가 교전상황에 대한 마무리도 안된 상태에서 비료를 보내고 금강산관광을 계속하는 것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계속 의혹을 제기.

〈최영묵·김차수·김창혁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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