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무게중심 朴총재 「非충청권」 옮겨가나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40분


선거구제 논의를 계기로 자민련 권력구도의 무게중심이 ‘충청권’에서 ‘비(非)충청권’으로 급격히 옮겨가는 양상이다. 19일 총재단회의는 이런 권력이동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이날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함께 검토한다는 정치개혁 복수안을 채택, 소선거구제 당론을 사실상 뒤엎었다. 그러나 그동안 소선거구제를 주창해온 충청권 인사들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가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박총재는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는 것.

자민련의 대주주를 자처하던 충청권이 이처럼 맥없이 주저앉고 있는 것은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의 어정쩡한 자세 때문. 충청권의 좌장격인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가 12일 김총리에게 “중선거구제를 하면 충청권이 무너진다”고 설득했으나 김총리는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만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석부총재는 결국 선거구제 논의를 뒤로한 채 18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의 측근인 이인구(李麟求)부총재도 ‘세(勢)불리’를 실감, 19일 회의에 불참했다.

이러다 보니 박총재를 중심으로 한 비충청권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붙는 추세다. 총재단회의만 봐도 참석자 17명 중 중선거구제론자는 11명인 반면 소선거구제론자는 4명에 불과하다. ‘연내 개헌 불가 시 공동정권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강경론을 펴는 사람도 6명 안팎이다.이런 기류변화는 내각제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제 자민련의 주류는 비충청권”이라며 “김총리가 이를 아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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