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원 진단/과제-문제점]쥐꼬리지원-늑장행정

  • 입력 1999년 3월 14일 18시 37분


《문인들이 생존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정부도 긴급구호를 위해 10억원을 국고에서 내놨다. 김대중대통령도 지난주 “생활이 어려운 문화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화인 지원을 맡아온 문예진흥원이 무엇을 해왔느냐는 비난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왜 진흥원의 문화인 지원은 미흡할까.구조적인 문제를 살펴 본다.》

▽구조조정 실적

문예진흥원은 지난해 1백30명의 정원을 85명으로 무려 35%나 줄였다. 또 조직도 3본부 11부가 1실 5부로 줄었다.

진흥원은 또 문예진흥기금사업 지원제도 운영개선을 위한 추진반을 구성하고 사후평가제 도입, 집중지원사업 선정 등 3대 개선과제를 내걸었다.

▽늑장 행정

그런데도 문예진흥원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한 예술단의 대표는 지난해 10월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6개월이 지난 요즘에서야 5백만원을 지원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1년에 10차례이상 공연을 하는데 5백만원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우습지만 도대체 왜 6개월씩 기다려야 하느냐”는게 그의 항변.

▽예산 승인 지연

이같은 늑장행정은 진흥원보다 진흥원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책임이 더 크다. 법률상 운영은 민법에 따라 이뤄지지만 진흥원은 문예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해마다 10월말까지 예산안을 편성해 11월말까지 문화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화부가 올해 진흥원 예산을 승인해준 시점은 법정시한이 지난 올 1월말.

문화부의 관계자는 “진흥원과 기금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협의를 하느라 그랬다”고 해명하지만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문화부는 해마다 재경원의 예산반영이 끝난 뒤 삭감된 항목을 문예진흥기금 사업에 집어넣고 정책성 자금으로 가져다 쓰느라 승인을 늦춰왔다.

▽진흥원 예산 실태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국고성 사업자금으로 쓰인 돈만 해도 문화정책개발원 지원금 16억원, 문화비전 2000사업 지원금 10억원 등 모두 3백55억원에 달했다.

올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적립된 문화예술진흥기금은 2천9백25억원. 이가운데 올해 진흥원의 예산은 7백28억원이다.

전체 예산중 진흥사업비는 4백47억원. 여기에는 문화정책개발원 지원금(18억원) 등 국고성 사업자금이 1백억원 이상 포함돼 있다.

▽운영상 문제점

국민이 모은 문예진흥기금을 문화부가 쌈짓돈처럼 쓰는 것이 투명한 운영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이유. 기금 운영방식의 개선과 자율책임 경영을 위해서라도 문화부의 영향력이 차단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 인사권 행사도 개선돼야 한다.

문예진흥원의 원장 사무총장 감사 3명은 문화부 장관이 임명한다.

원장은 비상임 명예직인데다 역대 사무총장은 문화부 관리 출신들이 맡아 진흥원을 문화관광부의 부속기관처럼 만들고 관료주의로 운영해왔다.

▽개선책

결국 문예진흥원은 문화인에 의한 문화인을 위한 문화인의 단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 예산집행권은 진흥원으로 넘어가고 최소한의 감독권만 정부가 맡아야 한다.

이는 또 문화예술기구를 전문인에게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과도 일치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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