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YS 「안방정치」신경쓰이네』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25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최근 ‘안방정치’에 가속 페달을 밟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심기가 불편한 듯하다. 김전대통령은 11일 저녁에도 김덕룡(金德龍)부총재 등 한나라당 의원 12명을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저녁을 함께 했다.

김전대통령은 4일에는 11명, 9일에는 12명 등 일주일사이에 한나라당 의원 35명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16,18일에도 그동안 참석하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저녁을 같이 할 예정이다. 김전대통령과 친분을 가졌던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나는 왜 안부르느냐”는 묘한 경쟁심리마저 형성되고 있어 이총재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게다가 김전대통령은 4일 만찬 때 “이총재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총재의 여야총재회담 수용을 비판했다. 또 “이총재가 의원빼가기 등 현 정권의 문제점을 쟁점화시키지 못한다”며 이총재의 정치력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이총재측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전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직격탄을 퍼붓는데 내심 흡족해 했었다. 1월14일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 때 약속한 ‘상호협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달들어 모임이 잦아지자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엄연히 한나라당 총재가 있는데 김전대통령이 너무 나가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이미 “김영삼명예총재에 신상우(辛相佑)총재, 박종웅(朴鍾雄)대변인”이라는 농조(弄調)의 말이 나돌기 시작할 정도로 김전대통령의 독자정치세력화가 관심거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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