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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6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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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최근 이미지 변화에 꽤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당직자나 기자들에게 불시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이세기(李世基)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을 만나 “도와달라”며 허리를 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총재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100%주의자’라는 데는 측근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실제 정책보고서나 기자회견문 작성 때 보좌팀은 진땀을 흘린다. ‘마음에 안든다’며 서너차례 퇴짜놓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총재가 정치입문 3년여에 불과한 ‘신인’으로서는 놀라울 만큼 상황판단이 빠르고 투쟁심이 강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작년 8월31일 당총재로 복귀한 이후 ‘총풍’ ‘세풍’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 이총재가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인한 태도를 견지한 데 대해 한 측근은 “우리도 놀랐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이총재의 이런 리더십의 특성이 당내 비주류로부터는 독선 독주적 행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부총재단 인선이나 중하위당직자 인선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자파를 챙기는 이총재의 스타일은 3김류의 ‘은원(恩怨)주의’ 리더십의 성향이 농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갈수록 3김 정치를 답습하는 듯한 이총재의 리더십이 여야 대치상황을 더욱 가파르게 몰고 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 정치학자는 “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란 측면에서 이총재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닮아 있다”며 “이총재의 과제는 어떻게 다원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