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김총리 「내각제절충」해프닝인가

  • 입력 1999년 1월 12일 19시 0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12일 올들어 두번째 단독 주례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5일 주례회동의 ‘뒤끝’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청와대나 총리실은 몹시 말을 아꼈다.

5일 회동이 끝난 직후 두 사람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김총리에게 조각권을 주는 대신 내각제개헌논의를 유보키로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합당론이 불거지면서 김총리와 자민련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김총리에게 급파하고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의 회동이 이어졌지만 자민련측의 불쾌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5일 김대통령과 김총리간에 간에 무슨 얘기가 오갔기에 이처럼 ‘딴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은 두사람의 회동 직후, “내각제 얘기는 잘 됐다. 대강 얘기는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내각제논의의 시기가 아니다. 총리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김총리의 얘기는 전혀 딴판이다. 자민련 김수석부총재는 “총리께 직접 대화내용을 물었더니 ‘공동정권을 잘 운영하자는 말과 오늘과 같이 단독으로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만들자는 두 가지 얘기만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측의 말을 놓고 보면 두사람중 한사람이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김대통령이 없었던 사실을 침소봉대했거나 김총리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화 내용을 놓고 두 사람이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각제 문제를 염두에 둔 김대통령이 “잘 해보자”고 얘기하자 김총리가 인사치레 차원의 긍정적 답변을 했고 이것이 해석상의 문제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내각제 개헌이나 공동정권 운영문제 등 99년 정치의 핵심사안들을 ‘정치적으로’ 절충하기 위해 시작한 독대다. 대화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일이 있었다면 두사람간 거리가 더 멀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