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1년]뒤바뀐 여야, 자금사정 대역전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48분


정권교체는 권력이동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일상적인 생활과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여야 역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본다.

▼ 정치자금 ▼

여야의 달라진 위상은 자금사정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국민회의는 연간 중앙당운영비가 2백40억원 규모로 야당시절에 비해 1백억원이 늘어났다. 당직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봉급을 받았으며 월급도 90% 인상됐다. 후원회마다 성황을 이뤄 동교동계 실세의원이나 중진의원들의 모금액은 대부분 2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중앙당 자금은 그리 풍족한 편은 아니어서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고위당직자들에게 판공비가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자민련도 연초 사무처직원들의 급여를 인상하는 등 비교적 돈 씀씀이 규모가 커졌으나 풍족한 편은 아니어서 11월에는 자금이 고갈돼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빌려오는 곤욕을 치렀다.

야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은 전화요금을 연체하고 사무처직원 월급을 체불하는 등 돈가뭄이 가장 극심하다. 후원금이 격감하고 고위당직자 판공비 지급도 모두 중단돼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각종 모임시 점심은 1인당 1만원, 저녁은 2만원이하 식당을 예약하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1백평규모)을 내놓는 등 계파수장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 대정부관계 ▼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들은 사정(司正)현안이 있을 때 검찰수뇌부와 수시로 전화, 고급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야당시절 한번도 갖지 못한 당정협의도 빈번하게 가져왔다.

자민련 역시 당정협의에 매번 참여하고 있으나 실제 영향력은 별로 크지않은 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식 당정협의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법안통과를 요청하기 위해 찾아오는 장차관들에 대한 맨투맨 접촉은 오히려 잦아졌다.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은 장차관들의 태도가 여당시절보다 되레 고분고분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사정기관과의 접촉창구가 사라져 정보빈곤을 절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형근(鄭亨根)의원처럼 공안기관출신 의원들이 중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의정활동 변화 ▼

의정활동에서도 색다른 광경이 많다.

국민회의의 경우 야당투사형인 의원들이 여당체질에 적응을 잘 못하는 반면 정세균(丁世均)의원처럼 상임위에서 논리정연하게 의견을 펼치는 의원들이 각광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과거 쟁점법안 통과시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미명 아래 속전속결로 처리했으나 지금은 소속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돼 당론 관철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않다.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나 지구당 운영도 희비가 엇갈린다.

국민회의의 서울지역 중진 K의원은 과거 야당시절 지역구의 관변단체장들이 아예 만나주지 않았으나 정권이 바뀐 후 식사초대를 하면 전원이 참석하고 후원금도 빠짐없이 기부, 정권교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구당 지원금(월 3백50만원수준)이 끊기고 후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행사규모나 선물 등을 축소해 한파를 견디고 있다. 월 지구당 운영비가 과거 절반수준인 1천만원내외로 줄었다.

또 야당의원 푸대접도 빈번해 서울의 K의원은 지역구의 한 행사에 외빈으로 참석했다가 청중들에게 열다섯번째로 소개되는 수모를 겪었다는 전언이다.

〈이원재·윤영찬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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