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유아교육 국가지원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유아교육을 강화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독일 핀란드 오스트리아에서는 유아 한명에 들어가는 공교육비가 이미 초등학생을 넘어섰다.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만 2세부터 국가 차원의 유아교육을 실시 하고 있다. 한 나라가 유아교육에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는 정부 교육예산 중 유아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잘 나타난다. OECD가입국 평균이 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는 유아교육을 ‘사치’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으나 선진국에선 ‘투자’로 보고 있다. 배경은 이렇다. 우선 초등학교 등 다음 단계 교육의 성취도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청소년 비행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한가지 이유다. 비행 급증에 따른 사회복지 비용이 그만큼 절약되는 것이다. 정책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서구 국가들로서는 유아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우리 유아교육은 학부모가 거의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체제다. 국가 책임이 아닌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경제가 넉넉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 유아교육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8 사회지표’에서 유치원 원생수가 지난해보다 3만4천명이나 줄어든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IMF체제일수록 유아교육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남편 수입만으로 생계가 힘들자 맞벌이에 나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자녀를 유아교육시설에 맡긴다면 양육부담은 한결 가벼워진다. 문제는 비용이다. 정부 재정이 어렵긴 하지만 소득이 낮거나 가장이 실직상태인 가정에 대해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 강구됐으면 한다. 유아교육의 혜택이 빈부차이로 갈라진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