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안팎 시련…『司正문제 끝난후 체제정비』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2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또다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직 인선과정에서 불거진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와의 갈등이 대구 경북(TK)지역의원들의 집단반발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총풍(銃風)’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방침으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먼저 TK지역의 반발에 대해 이총재는 사정(司正)문제가 일단락된 후 당체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영입케이스 몫으로 남겨 두었던 부총재직을 이 지역에 한두석 할애하는 양보카드로 수습한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이총재는 지난달 29일 김전부총재의 자택을 찾아가 이 안을 제시, 양해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TK지역의 중간당직자 4명이 1일 임명장 수여식에 불참하는 등 내홍(內訌)은 수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총격요청사건 공판과정에서 ‘특단 사업에 관한 보고서’가 터져나오면서 검찰의 소환조사 방침이 보도되자 이총재는 두개의 전선(戰線)에서 동시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곤경에 빠졌다.

이총재는 1일 총풍에 대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몇개월이나 조사를 했으면서 이제와서 느닷없이 컴퓨터 검색으로 보고서를 찾아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거니와 묵과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흥분했다.

당초 이총재는 사정정국의 수습과 예산안 처리 및 경제청문회 개최를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어 분리대처한다는 방침이었다.

이같은 입장에는 여야총재회담 이후 여야관계의 복원가능성을 전제로 총풍사건이 별다른 마찰음과 피해 없이 풀려나갈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총재의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될 지도 모를 검찰의 소환조사 방침에 대해 이총재측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총재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당내 내분이 대여전선을 일원화해 강도높은 대처를 하려는 자신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총재는 이날 “당력을 모아도 충분치 않은 마당에 힘을 빼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TK의원들의 반발에 대한 이총재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금은 대여투쟁이 최우선과제인 만큼 총풍사건 등 사정문제 처리를 전반적으로 마무리짓고 당체제를 다시 수습하자는 입장이다.

이총재는 TK의원들에게 이런 입장을 설명한 뒤 본격적인 대여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총재 진영내에서 “검찰의 소환조사 방침이 사실이라면 새해예산안 처리 및 청문회 개최문제와 연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아직 여권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연계투쟁을 벌일 경우 ‘민생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여론이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총재의 고민이다.

아무튼 이총재가 향후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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