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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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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간 기(氣)싸움이 수위를 넘어섰고 여야 수뇌가 합의한 경제청문회는 국회에서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와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이 포착됨으로써 또다시 먹구름이 형성되고 있다.
급기야는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이면 대화내용 마저 공개됨으로써 여야관계는 총재회담 이전으로 후퇴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총재는 17일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이 ‘이총재가 한 의원에 대해서만 유난히 부탁성 얘기를 길게했다’고 미공개 대화내용을 밝힌데 대해 “조대행이 공개한 총재회담 비공개 부문은 허위사실”이라고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총재는 “국민회의가 비공개 부분을 왜곡해 흘린 것은 정치도의에 반하는 구태정치로 국민을 오도하고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아주 못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총재는 특히 김의원에 대한 구명요청설과 관련해 “편파 보복사정에 거명된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편파 보복사정이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측은 이총재의 흥분에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라며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갑(韓和甲)총무는 “곳곳에서 암초가 돌출해 못해먹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도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본의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콸라룸푸르를 방문중인 김대통령도 조대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사정문제도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김윤환의원의 30억원 공천자금 수수의혹이 불거진데다, 검찰이 이총재의 동생 회성씨와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사정비서관의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모금사건 개입여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
김의원측은 96년 당시 전국구 의원이던 김찬두(金燦斗)두원그룹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돈은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김회장에게서 받은 돈중 15억원은 경북도지부에 주고 나머지 5억원은 총선자금으로 썼다”면서 “남은 돈 10억원을 김회장에게 돌려주려 했으나 김회장이 이를 거부해 지난 대선때 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내부에서는 김의원이 받은 돈의 액수가 너무 크고 대가성이 엿보여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사법처리여부는 ‘청와대 회담’의 성과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여야총재간 합의된 경제청문회 개최문제도 높고 두꺼운 벽에 걸려있다. 청문회의 개최 기간, 증인선정, 특위구성에 이르기까지 여야가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고 있다. 13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총재회담의 ‘훈풍(薰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도높은 질문’을 주문한 이총재의 의중에 따라 수위조절 없이 현정권에 대해 직격탄을 퍼부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권 사정 등에 있어 김대통령과 이총재가 보여준 현격한 시각차로는 오랜 동면(冬眠)상태에 있었던 정치권을 한꺼번에 해빙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차수·윤영찬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