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우리도 여당인데…사정방향 아무도 몰라』

  • 입력 1998년 9월 18일 19시 28분


사정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 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선량(選良)들이 연일 검찰에 소환되는 것이 일상 뉴스가 되는 분위기가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 정치권 스스로 자정 차원에서 떳떳이 검찰에 나가 소명하고 하루빨리 의회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 사정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사정은 사정이고 국회는 국회’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소신과는 상반된 주장인 셈이다.

자민련은 이날 의총에서 국민회의가 주장하는 여당만의 단독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구천서(具天書)총무는 “다음주까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서는 단독 국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단독 국회 돌입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2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주재로 양당의 국정협의회를 열어 즉각 단독 국회에 들어가기로 하자는 국민회의측 요구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자민련이 이처럼 공동여당의 파트너인 국민회의와 사뭇 다른 소리를 내는 데에는 사정 정국에서의 소외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정의 주체가 되기보다 오히려 객체로 간주돼 불만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총재를 포함해 사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아는 사람이 당내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당직자는 “검찰이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를 소환하면서 사정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는데 우리가 굳이 국민회의 편을 들 필요가 있느냐”며 발을 뺐다.

김총리도 현재의 사정 정국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총리께서 요즘 너무 말씀이 없다는 여론이 있다”는 한 참모의 보고에 “할 말이 있어야 하지”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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