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정국」물밑에선…「비밀접촉」 부쩍 늘어

  • 입력 1998년 9월 13일 20시 18분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戰場)에서도 막후대화는 있게 마련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13일 최근 여야의 물밑접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사정(司正)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주 초부터 여야간 ‘비밀스러운 만남’이 부쩍 잦아졌다. 양측을 잇는 ‘핫라인’은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와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또 김전부총재 계보인 박희태(朴熺太)총무와 한총무의 접촉도 계속되고 있다.

김전부총재는 지난달 총리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서한 발송’이라는 ‘묘수’를 고안해낸 당사자라는 후문이다.

물밑접촉의 쟁점은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과 기타 비리연루의원들에 대한 처리 △의원영입의 중단 여부 △여야영수회담 개최 문제 등이다.

먼저 정치인 사정과 관련, 여권은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측의 공식사과와 서상목(徐相穆)의원의 검찰 자진출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신 여권은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 외의 개인비리 사건은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나라당에서 서의원에 대해서도 불구속기소를 요구, 국민회의측은 “보장할 수 없다”는 방침을 통보했다는 것.

여권은 또 김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 등에 대해서도 선(先)사과가 이뤄지면 검찰에 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영입문제는 여권도 ‘국회 과반수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적정한 선에서 타결이 가능하다는 것.

여야는 막후접촉을 통해 이들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여야영수회담 개최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야 내부의 강경기류가 만만치 않은데다 사정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어 막후협상의 결과를 쉽게 낙관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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