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교착-국회 또 공전…총리인준 처리못해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경선결과에 반발하면서 국회활동을 거부하고 대여(對與)강경투쟁을 선언해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여당이 의원빼가기와 정계개편의 중단 등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국무총리임명동의안 처리 등 국회활동에 불참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새 총무단이 구성될 때까지 냉각기를 가진 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

의장 경선 이탈표에 따른 내분이 격화되면서 대여 강경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의장 경선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은 권력을 동원한 여권의 집요한 야당파괴공작에 따른 것”이라며 “여당이 정계개편 중단 등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을 경우 향후 정치일정에 협조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을 제시했다.

의총에서는 또 당지도부가 총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도체제 정비방안을 논의했으나 사퇴의사를 밝힌 당지도부가 전원 물러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지도부가 ‘8·31’전당대회 때까지 과도적으로 당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지도부 공백상태’에 빠졌다.

조순(趙淳)총재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총재권한대행을 지명해 당을 정상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5일 총재단회의를 열어 총재권한대행 지명 등 비상대책기구 구성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여당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4일 오전 각각 간부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조속한 원내 복귀와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여당은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 사퇴로 인한 협상창구 부재를 감안해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한나라당을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야당의 동요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국회 정상화 절차를 밟겠다”며 “총리임명동의안은 사실상 원만히 처리키로 여야간 의견접근을 보았던 문제인 만큼 15일까지는 처리돼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했다. 그는 또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여론의 압력이 크므로 야당이 곧 전열을 정비해 복귀하리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부의장 2명을 선출하고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공전됐다.

부의장은 재적 과반수 득표를 해야 하고 총리임명동의안도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어 과반수 의석(1백51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불참할 경우 안건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국회 불참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법안 2백84건, 동의안 8건, 결의안 12건, 추가경정예산안 1건 등 모두 3백39건의 안건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윤영찬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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