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 50돌]민생외면 의정공백 두달째 「식물국회」

  • 입력 1998년 7월 16일 19시 39분


“국회의원은 있되 국회는 없다.”

제50주년 제헌절을 맞는 우리 국회의 기형적인 모습이다.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문제로 50일 가까이 대치하고 있는 여야는 끝내 국회의장 없이 17일 제헌절 기념식을 치르기로 했다. 경축사는 편법으로 김수한(金守漢) 전임 국회의장이 맡기로 했다.

헌법의 산실인 국회가 원구성도 하지 못한 채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은 한마디로 여야의 당리당략 때문.

국민회의 등 여권은 일관성있는 개혁 추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국회의장은 반드시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국회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7·21’ 재보선 현장으로 몰려가 선거지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의정(議政)공백상태에서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현재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민생현안과 경제관련 법안은 모두 2백65건. 퇴출과 합병으로 인한 금융권 빅뱅을 지원해야 할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촉진법, 외환거래 규제를 푸는 외국환거래법 등 촌각을 다투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국회의 한심한 작태 때문에 여론은 개혁의 1차 대상으로 국회를 꼽고 있다. 주인없는 국회의장실에는 연일 “국회의원들을 모두 퇴출시켜라”는 호통에서부터 “조속히 원구성을 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라”는 주문까지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의 한 시민은 “정당들이 당리당략으로 국회를 2개월 가까이 식물국회로 방치해 국가적 위기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여야3당 총무들을 직무유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인식(金仁湜)제헌동지회 회장은 “최근 국민 사이에서는 국회를 없애야 한다는 ‘국회무용론’이 나오고 있다”며 “여야가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지 않으면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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