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결과]한나라 「아성」 재확인…與 『민심얻었다』

  • 입력 1998년 4월 3일 07시 28분


2일 치러진 4개 지역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4개의석을 석권함으로써 새정부출범 후 선거를 통해 처음 벌어진 여야간의 ‘힘겨루기’는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결말지어졌다.

산술적으로도 4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3석, 자민련이 1석을 차지했던 96년 총선결과보다 야당은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더 약진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정국 풍향계로서 갖는 의미는 산술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선거결과 역설적으로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여야정면충돌의 대치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당은 우선 선거결과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비록 의석을 얻지 못했지만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엄삼탁(嚴三鐸)후보가 선전한데 대해 ‘영남민심’을 얻을 수 있는 틈새를 보았다고 자평한다. 반면 ‘영남맹주’의 자리를 노렸던 자민련은 위축된 입지 만회를 위해 역강공에 나설 태세고 한나라당은 여전히 영남지역이 아성임을 재확인,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

이같은 3당의 시각은 정계개편을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공세전략과 야당의 ‘고슴도치식’ 수비전략에 각각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계개편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국민회의측은 이미 정계개편 불가피론으로 기울고 있다. 실제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일 동아일보 창간기념 인터뷰를 통해 정계개편추진 시사 발언을 했다. 이에 발맞춰 국민회의 핵심당직자들은 정계개편착수가 시간문제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 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여권이 정계개편 분위기를 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 영입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온 자민련측은 선거패배로 한나라당의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흔들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충청지역과 영남지역 출신 한나라당 의원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할 기세다.

그러나 이런 여권의 태도에 한나라당은 단호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탈당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 움직임을 주도해온 자민련, 특히 김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재 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이 주머니속의 공깃돌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당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며 “‘4·10’전당대회가 끝나면 총리서리의 위헌성문제를 다시 강력히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4·10’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내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고문 등 비당권파측은 3일 중진회담을 앞두고 2일부터 총재경선을 요구하는 의원서명작업을 재개, 또다시 조순(趙淳)총재의 임기보장을 주장해온 당권파를 압박하는 ‘벼랑끝 전략’에 나섰다. 그러나 선거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김윤환고문계의 명분이 약화될 수 밖에 없어 전당대회를 앞둔 양측의 세대결은 또다시 예측불허의 양상을 띠게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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