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갈래 한나라당,지도체제 개편문제 『몸살』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9분


한나라당이 지도체제 개편문제를 둘러싼 내홍(內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당대회 날짜는 다가오는데도 ‘다세대 주택’의 속성탓에 각 계파의 이해가 엇갈려 합의도출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총재경선 요구를 내세워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고문계 일각에서는 ‘탈당불사’의 강경론까지 제기되는 양상이어서 당분열의 위기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내의 흐름은 세갈래다.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서청원(徐淸源)총장 등 당권파는 ‘4·10전당대회’에서 조총재를 재추대해 1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이번에는 당헌 당규만을 개정한 뒤 내년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하자는 입장. 조총재는 “임기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30일 주요 당직자회의와 당무운영위원회에서도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기택(李基澤)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계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헌 당규만 개정하자는 입장에서는 당권파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르다. 이고문과 김의원계는 지방자치선거후 경선을 통해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조총재를 대표로 합의추대해 순수집단지도체제를 실시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갈래의 흐름은 총재경선을 요구하는 이명예총재와 김고문계다. 이들은 90명 의원의 서명을 무기로 지도부를 압박해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31일 중진회담을 열어 최종절충을 하기로 했으나 ‘합의에 실패할 경우 보선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회담일자를 4월3일로 연기했다.

중진회담의 연기배경에는 물론 밑바닥의 총재경선 지지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진회담에서는 조총재의 임기보장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세가 불리하다’는 김고문계의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

조총재와 이명예총재는 30일 달성정당연설회 참석차 현지에 내려가15분간접촉했으나견해차를 좁히지못한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이 서로 ‘벼랑끝 전략’으로 나서고 있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간에 타협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당대회 상정의안을 4월3일까지 확정해야 하는 만큼 12개 지역의 조직책선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당대회 경선은 실무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30일 “서명의원 숫자가 90명에 이른 만큼 충분히 세를 보인 셈”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만개정하는데 동의할 수도있다는입장을비쳤다.

다만 이명예총재 측은 9월 정기국회 전 전당대회를 개최해 총재―대표―최고위원을 경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한나라당 내분의 향방은 4월2일 재보선결과에 달렸다는 것이 당내의 중론이다. 양측이 중진회담일자를 4월3일로 잡아놓은 것도 최종담판을 앞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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