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北風 진실여부 확실히 가려야…보복은 없다』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8일 “이 땅의 정치를 망쳐놓은 북풍(北風)에 대해서는 정치를 떠나 공정하게 밝히겠다는 생각”이라며 “안기부와 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정한 조사에 맡기고 그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국민과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처리방법에 정치성이 끼여서는 안되며 과거에 대한 보복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북풍관계 문서를 받아 다 읽지는 못했으나 읽어본 내용중에는 한심한 것도 많고 터무니없는 것도 많다”며 “어떤 사실이 있다면 있는대로, 없다면 없는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문건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북한의) 공작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사실이라면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사실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희상(文喜相)청와대정무수석은 “김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진상은 밝히되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사법처리는 자제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그 처리에 있어서는 국익과 여론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정치권 전체가 다른 일로 소용돌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실을 밝히되 관계기관에서 조용한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소집한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북풍관련 안기부 극비문건의 유출경위와 배경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종찬 안기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나 한나라당은 극비문건의 실재여부와 내용의 진위, 작성 및 유출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한편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북풍사건의 본질은 김대중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구여권과 안기부가 북한측과 연계한 것”이라며 “그러나 마치 안기부 문건은 3당 대선후보 모두 북측과 연계돼 있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건 내용중 일부는 구세력들이 안기부의 북풍공작 수사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삽입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최근의 북풍사태는 북한의 정치공작에 나라가 놀아난 꼴”이라며 정보관리능력의 부재를 드러낸 이종찬안기부장과 나종일(羅鍾一)안기부제2차장을 즉각 파면하고 국가기밀을 누설한 정대철(鄭大哲)국민회의부총재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고문은 “정치적 목적을 띤 안기부의 대북접촉은 국가반역사범에 해당되는 것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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