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커넥션 파문]정재문-안병수회동 미스터리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병수(安炳洙)위원장대리의 ‘베이징(北京)회동’에는 몇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먼저 두 사람이 만난 경위.

국민회의는 지난해 12월16일 기자회견에서 “재미사업가인 김양일회장의 주선으로 두사람이 베이징에서 두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당시 안병수의 비서인 이상대가 김회장에게 보낸 팩스 2통과 김회장이 정의원에게 보낸 팩스 1통을 함께 공개했다.

팩스내용은 “계약의 확고한 성사를 위해 A회사에서 B교수, 또는 다른 대리인을 만나 면담할 의향이 있습니다” “날짜는 말씀드린 대로 20일에 도착해야 하며…” 등이었다. 국민회의는 ‘A회사’는 한나라당, ‘B교수’는 정의원, ‘20일’은 정의원이 안병수를 만난 11월20일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그러나 “김회장이 몇번 찾아와 만난 적은 있으나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며 김회장 관련 주장을 부인했다. 정의원은 또 안병수를 만난 것도 안병수가 자신의 숙소로 전화를 걸어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병수와는 과거 89년 모스크바, 91년 평양에서 만나 안면이 있는 사이라는 것.

정의원이 당시 안병수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의문. 정의원은 ‘신동아’(98년3월호)와의 회견에서 “약 한시간 정도 가족 안부와 한국의 대통령선거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기자회견 당시 “정의원이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유리하도록 ‘북풍(北風)’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98년3월 남북정상회담 실시 △남북 이산가족상봉 추진 △북한관광개발 참여 허용 △남한동포의 북한관광 개방 등 4가지를 촉구하고 그 대가로 △1억달러 상당의 농기구와 비료 지원 △상당액의 경제협력 지원 △2백만달러 지원 등을 약속했다는 것.

안기부의 관련 여부도 의문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편지사본을 입수했는데 그 내용이 워낙 완벽해 별다른 확인작업이 불필요했다”고 전했다. 이는 제보자가 안기부 내부인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기부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정의원을 조사했다. 국민회의측은 안기부가 정의원과 안병수의 접촉사실을 알면서도 뒤늦게 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 “정의원의 대북접촉은 안기부가 아니라 한나라당 차원에서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회창후보가 관련돼 있는지의 여부도 궁금한 대목이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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